"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 지적하면서도
공식 성명 대신 '기자 질의응답' 형식 빌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올해 1월 출범 후 처음으로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을 허용했다. 대만은 반색하고 있으나,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깼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다만, 비판 수위는 나름 조절했다는 평가다. 공식 성명이 아니라 질의응답 형식을 빌렸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는 4일(현지시간) 대만에 7억5,000만 달러(약 8,580억 원) 규모로 예상되는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는 걸 의회에 통보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전했다. 이번에 대만 수출이 승인된 무기는 미군의 주력 자주포인 M109A6 팔라딘 40문, M992A2 야전포병 탄약 보급차 20대, 야전포병전술데이터시스템(AFATDS), 발사된 포탄을 목표 지점으로 정밀 유도하는 GPS 키트 1,700개 등이다. 노후한 대만 포병 전력의 현대화를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5일 대변인 명의로 홈페이지에 올린 ‘기자와의 문답’ 문건에서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며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해치고,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 규범을 어겼다”며 “특히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공동 성명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무기 판매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으로서 미중 관계 및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손상을 끼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외교부는 “중국은 이미 미국에 엄정한 교섭(강력 항의)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 측이 철저히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켜 즉각 관련 무기 판매 계획을 취소하기를 촉구한다”며 “중국은 정세의 전개 상황에 따라 정당하고 필요한 반격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개적 반발 입장을 표한 것이지만,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담화’ 형식이 아니라,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문답’ 형식을 취했다는 이유다. 앞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달 25, 26일 중국 톈진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과 회동한 자리에서, 왕 부장 등 중국 외교 당국자들은 대만 문제를 비롯해 자국의 ‘핵심 이익’을 절대 건드려선 안 된다는 강경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무기 수출 승인을 통해 대만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공개 압박에 위축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 당국도 미국의 무기 판매 결정을 환영했다. 대만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1월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만 무기 판매를 선포함으로써 미국 정부가 일관되게 대만의 방위 능력 제고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충분히 보여 줬다”며 “최근 수년간의 대만 무기 수출의 일상화 정책과도 연결된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도 “지상부대의 신속 대응 및 화력 지원 능력을 제고함으로써 대만의 지속 가능한 방어 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무기 판매 결정에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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