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태광)의 '계열사 김치·와인 강매'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그룹 핵심 임원이었던 김기유 전 경영기획실장을 최근 소환조사했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은 이를 통해 이 전 회장 등의 사법처리 여부를 조만간 결론지을 방침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고진원)는 이달 초 김 전 실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의 두 번째 소환 조사다. 김 전 실장은 2014~2016년 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이 전 회장 일가의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 메르뱅으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고가로 구매하는 데 경영기획실장으로서 주도적으로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같은 부당지원 행위로 이 전 회장 일가가 계열사들로부터 최소 33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6월 태광그룹의 이 같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전 회장과 김 전 실장, 19개 계열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번 김 전 실장에 앞서 이 전 회장에 대한 조사도 지난 4월 마쳤다. 조사는 이 전 회장이 횡령 혐의로 수감 중인 충북 충주구치소에서 '출장 조사'로 이뤄졌다. 이 전 회장은 당시 “간암이 발병해 모친 이선애 전 태광 상무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가보지 못했다”면서 “경황이 없었던 만큼 관련 정황을 알지 못하고 세세히 지시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후 간암 등 건강 문제를 이유로 장기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황제 보석' 논란이 일면서 2018년 재수감됐다.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해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병보석 석방 시기에 벌어졌던 사건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검찰은 이번 김 전 실장을 조사하면서 이 전 회장의 진술을 확인하고 책임 소재를 가르는 데 역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회장이 제품 강매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이를 직접 승인했는지 여부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이달 중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 전 회장과 김 전 실장 기소 여부 및 범위를 정할 방침이다. 이 전 회장은 10월에 징역 3년형을 마치고 출소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이 이 전 회장을 출장조사한 것을 두고 '황제 보석'에 이은 '황제 조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은 법무부의 지침 변경 때문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관할 밖 교정기관 수용자 조사를 위한 검찰청 출정 폐지를 예고하면서 "관할 외 수용자 조사 필요 시 출장수사 등 방법으로 해달라"고 대검찰청에 협조요청을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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