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정 총장 "기숙사만 문제 아냐… 장기적으로 볼 것"
유족?청소노동자 측, 갑질 증언자 보호 조치 등 요청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지난 6월 교내에서 숨진 청소노동자 이모씨의 유족과 동료들을 만나 "학내에서 타인에 대한 존중감이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이씨를 포함한 청소노동자들이 팀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다. 오 총장은 사건 재발 방지책 시행을 약속했고, 이씨 유족은 청소노동자에 대한 보호 조치 등을 요청했다.
오 총장은 5일 오전 11시 서울대 행정관 4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전체적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장기적으로 살펴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에서 문제가 불거졌을 뿐 많은 근로자의 문제"라면서 학내 노동자 전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씨 유족은 간담회에서 서울대의 뒤늦은 사과로 2차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유감을 표시했다. 이씨 남편은 "학교 판단이 조금이라도 빨랐더라면 우리 가정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우격다짐으로 뭔가를 얻어내려는 사람으로 비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증언한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고도 했다. 이씨 남편은 "아내와 같이 일한 노동자들이 정년까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며 "정부 방침(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라 청소노동자를 구성원으로 인정해주고, 우리도 열심히 일하는 구성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는 청소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 형태로 직고용하고 있는데, 노동자들은 정규직 직원과 임금 등 처우가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간담회에 앞서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대시설분회는 오전 10시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을 요청하는 연서명 결과를 발표하고 오 총장에게 연명서를 전달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된 연서명엔 개인 8,305명과 단체 312곳이 참여했다. 연서명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한 안전관리팀장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2차 가해 발언을 한 학생처장 징계 △산업재해 공동조사단 구성 △청소·경비 노동자의 인력 충원 등을 서울대에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달 30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이 업무와 상관없는 필기 시험과 회의용 복장 등을 강요당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대에 문제 개선 및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 오 총장은 이틀 뒤인 이달 2일 ""청소노동자들과 유족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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