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변신 중
27일 개점 대전신세계, KAIST와 ‘과학콘텐츠’
롯데百 동탄점, ‘호크니’ 대형 사진 드로잉 전시
백화점들이 저마다 ‘가야 할 이유’를 제시하며 신규 점포를 차별화하고 있다. 유통산업의 온라인 중심 재편은 피할 수 없지만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고객의 열망을 투영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개점하는 신세계백화점 대전점은 1993년 대전엑스포가 개최된 지역적 상징성을 살려 점포 이름을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Art & Science)’로 지었다. 백화점 6, 7층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만든 과학관 ‘넥스페리움’을 배치했고 문화센터도 KAIST 교수진의 특강 등 과학 강좌를 전면에 내세웠다. 넥스페리움은 KAIST와 신세계가 협업한 국내 최초의 사립 과학 아카데미다. 첨단 과학을 놀이에 접목시켰고, 로봇·바이오·우주를 테마로 구성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인의 관람 경험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는 신세계백화점의 13번째 점포다. 지하 5층, 지상 43층 규모(연면적 약 28만㎡)를 자랑한다. 높이 193m인 전망대와 아쿠아리움, 스포츠 테마파크 등이 함께 들어서 대전·충청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0일 문을 여는 동탄점에 예술적 요소를 극대화했다. 백화점 전체를 하나의 ‘갤러리’처럼 느낄 수 있도록 동선마다 예술작품을 배치했다. 특히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과 몰입형 미디어 아트 컬렉션을 마련해 동탄점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요소를 내세웠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 손꼽히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사진 드로잉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롯데가 신규 점포의 테마를 ‘Discover New Inspiration(새로운 감각을 채우는 특별한 경험)’으로 정하고, ‘예술’에 초점을 맞춘 건 금융위기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술품 시장의 열기를 백화점 안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다. 롯데는 지난달 프리미엄 전시·판매전인 ‘아트 롯데’를 시작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온라인 갤러리를 구성하는 등 ‘예술 마케팅’을 펴고 있다.
여기에 어린 자녀를 둔 30, 40대 고객이 많은 동탄신도시의 특성을 고려해 영업 공간의 절반 이상을 식음사업장(F&B)과 체험 콘텐츠로 채웠다. 전국 맛집 100여 곳을 모은 ‘푸드 에비뉴’는 수도권 최대 규모 식품관이다. 가족을 위한 복합 체류 공간 ‘더 테라스’와 맘 커뮤니티 힐링 스폿 ‘비 슬로우’, 예술·문화공간인 ‘라이프스타일 랩’ 등은 대표적 체험 콘텐츠다.
유통업계의 무게 중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백화점들은 여전히 ‘최대 규모’를 고수하며 ‘구매 공간’으로서의 기능보다 ‘머무는 공간’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올 상반기 문을 연 '더 현대'도 카페와 벤치 등 휴식 공간을 극대화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트 콘텐츠는 고객에게 영감과 힐링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예술 마케팅이 백화점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고품질 예술 콘텐츠 발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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