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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비트코인 진영으로 다시 귀환하나

입력
2021.08.07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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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최창환프로메타 투자연구소 소장

편집자주

디지털 기술과 금융의 결합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특히 디지털 자산은 금융의 개념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있다.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도 빠르게 발전 중이다. 기승전비트코인은 기술, 금융, 투자, 정책 등 디지털 자산 시장을 입체적으로 스캐닝한다


뜨거웠던 암호화폐 콘퍼런스 '더 비 워드'


지난달 21일 미국에서는 '더 비 워드(The ? Word)'란 이름의 온라인 콘퍼런스가 열렸다. 기업들이 디지털 자산, 암호화폐를 더 적극 수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였다.

하이라이트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트위터의 잭 도시,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 등 3인이 벌인 토론이었다. 비트코인 추종자인 잭 도시와 캐시 우드는 일찌감치 행사에서 연설이 예정돼 있었다. 여기에 잭 도시가 트위터로 일론 머스크에게 토론 참여를 제안했고, 머스크가 이를 수락함으로써 3자 토론이 성사됐다.

머스크는 암호화폐 추종자들에게는 공적 1호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15억 달러나 사들이고, 자동차 판매에도 사용한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그는 영웅 대접을 받았다. 도지코인을 펌핑(대량 매수를 통한 가격 올리기)하는 것도 애교로 봐줬다. 그러다 느닷없이 “비트코인 채굴에 에너지를 너무 낭비한다”며 테슬라는 더는 비트코인을 결제용으로 쓰지 않는다고 선언했고 이후 가격이 폭락하면서 공공의 적이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잭 도시와 일론 머스크, 두 거물의 토론 배틀은 싱겁게 끝났다. 머스크가 “비트코인 채굴에 재생 에너지가 50% 이상 사용되는 것이 확인되면 테슬라 결제를 재개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머스크가 개인적으로 이더리움에 투자했으며, 스페이스X도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선물’까지 주면서 토론은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개성 넘치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유쾌한 머스크... 돈은 정보 시스템이다

더 비 워드(The ? Word)에 참여한 일론 머스크 자료= 더 비 워드 영상 캡처

더 비 워드(The ? Word)에 참여한 일론 머스크 자료= 더 비 워드 영상 캡처

머스크는 행사 내내 유쾌해 보였다. 비트코인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다고 비판할 때와는 딴판이었다. 채굴에 들어가는 재생 에너지에 대해 조목조목 유용성을 따져가며 설명하기도 했다. 북미 비트코인 채굴자 협회 자료를 보면 채굴에 들어가는 전기의 52%는 수력, 풍력, 원자력 등 탄소 배출과 관련 없는 에너지원을 쓰고 있다. 머스크는 이 숫자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결제에 다시 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현 금융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서도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돈이란 노동을 분배하기 위한 정보 시스템일 뿐이다.”

머스크는 경영인 이전에 기술자이고, 과학자다. 그는 스탠퍼드에서 물리학 박사 과정을 밟다가 스타트업 창업을 했다. 이런 머스크가 볼 때 국가가 주도하는 '프린팅 머니'는 어이없는 일이다. 돈이 정보 시스템의 하나라면 그 시스템을 최대로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면 그만이다. 돈을 장악한 자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사람들이 돈을 지배해야 마땅하다.

머스크는 일생을 창조적 파괴를 해온 사람이다. 그가 만들어 이베이에 매각한 페이팔은 최초의 범용 인터넷 결제 시스템이다. 돈을 정보 시스템이라고 했으니, 돈을 만들어 본 셈이다. 기업을 옥죄는 기득권, 특히 국가 권력에 대해 본질적인 반항심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유럽 은행 계좌를 볼 때마다 이건 미친 짓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금리이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재무제표에 편입할 때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여유 자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금, 금ETF, 디지털 자산 등에 투자를 결정했다.” 기존의 달러, 현금은 가지고 있으면 손해가 나기 때문에 그나마 가치를 저장하는 다른 대체 수단을 찾아야 했고, 그중에 비트코인도 있었다는 논리다.

채굴에너지 문제에 대한 머스크 자신의 조사(?)가 끝나면 그는 비트코인 진영에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돌아온 탕자를 따뜻하게 맞아주면 된다.

진지한 잭 도시... 탈중앙에 꽂히다

더 비 워드(The ? Word)에 참여한 잭 도시 자료= 더 비 워드 영상 캡처

더 비 워드(The ? Word)에 참여한 잭 도시 자료= 더 비 워드 영상 캡처

잭 도시는 수련 중인 도인 같은 얼굴로 행사에 나왔다.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왜 탈중앙 시스템이 필요한지 역설하는데 힘을 썼다.

잭 도시는 최근 그가 CEO로 있는 또 다른 회사 스퀘어에서 새로운 개념의 금융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개발자 플랫폼을 설계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개발자 플랫폼은 누구나 쉽게 금융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데, 커스터디(custody)가 필요 없다. 즉, 암호화폐를 누군가 보관하거나, 그 보관 암호키를 맡길 필요가 없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스퀘어에는 캐시앱(cashapp)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암호화폐로 송금을 하거나 결제에 이용하는 것이다. 내가 캐시앱으로 친구에게 암호화폐를 보내려면 그 친구도 반드시 캐시앱을 깔아야 한다. 이 경우 스퀘어가 중간에서 커스터디 역할을 한다. 나와 친구 사이에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은 글자 그대로 탈중앙화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잭 도시는 SNS 자체를 탈중앙화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SNS 중 하나인 트위터를 만든 장본인이 자기 작품을 완전히 뜯어고치겠다고 한 것이다. 그것도 탈중앙화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와 잭 도시가 토론 중에 딱 한 번 격렬하게 충돌한 적이 있다. 머스크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트위터에서 광고료를 암호화폐로 받으면 어떨까?” 도시는 머스크의 기습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나는 광고주에 의존하지 않는 네트워크에 집중하고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가 광고를 암호화폐로 받으면 비트코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듭 압박하자 도시는 “나는 일반 상거래에서도 (적용 가능한지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한다. 머스크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래, 잭. 당신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 토론 참석자들이 일제히 웃고, 사회자는 잭 도시에게 “공식 발표를 하나요?”라며 두 사람의 충돌 아닌 충돌을 마무리한다.

토론승자는 캐시 우드?

더 비 워드(The ? Word)에 참여한 캐시 우드. 자료= 더 비 워드 영상 캡처

더 비 워드(The ? Word)에 참여한 캐시 우드. 자료= 더 비 워드 영상 캡처

사업가인 일론 머스크와 잭 도시와 달리,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는 월가의 펀드매니저다. 투자자들이 맡긴 돈을 불려주는 것이 임무인 사람이다. 캐시 우드는 일론 머스크와 잭 도시 사이에서 끊임없이 추임새를 넣고, 두 사람의 생각이 시장 전체 발전에 기여하도록 미세 조정을 했다.

왜? 캐시 우드는 테슬라에 투자해 명성을 쌓았고, 비트코인에도 많은 돈을 넣어뒀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반 비트코인 세력으로 몰려 있으니, 캐시 우드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하지만 이날 토론의 최종 승자는 머스크도 도시도 아닌 캐시 우드였다. 토론 이후 내리 열흘간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 캐시 우드 입장에서 이보다 좋은 일이 있겠는가.

캐시 우드는 이날 비트코인이 문제의 답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임과 동시에 디플레이션 리스크에도 대비한다.”

캐시 우드는 우리의 당면 문제가 디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기술 발전과 혁신으로 기업들은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인플레는 오지 않는다. 기업들은 가격을 올려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가격에도 마진을 내기 위해 피나는 기술 개발과 자기 혁신을 해야 하는데, 테슬라가 바로 그런 기업이다.

똑같은 원리로 기존의 달러는 효율이 낮고, 문제만 일으킨다. 비트코인은 디플레 압력에서 가치를 저장하고 구매력을 보존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골칫거리가 됐지만, 이 역시 비트코인이 해결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2,100만 개라는 한정된 수량만 존재한다. 이보다 더 확실하게 구매력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 있는가.

디지털 자산 시장은 아직도 초기 단계다. 이 시장을 이끌어 가는 선각자들이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서로를 자극하면서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특정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이런 발전 방식 자체가 탈중앙화라고 할 수 있다.

최창환 프로메타 투자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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