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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염? 크론병?...늘어나는 염증성 장질환

입력
2021.08.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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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 교수

# 38세 여성 김씨는 1년 전부터 가끔씩 점액변이나 혈변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한 달 전부터는 설사와 혈변이 점차 심해졌고 복통까지 동반됐다. 이에 김씨는 대장내시경을 받았고 최종 조직검사 결과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받았다. 난치성 질환이라는 이야기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다행히 약제에 치료 반응이 좋아 증상은 곧 호전됐다.

# 22세 남성 정씨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반복되는 항문 주위 치루가 있었다. 최근에 치루가 또 재발하면서 복통과 체중 감소까지 동반돼 병원을 찾아 대장내시경을 받았다. 크론병이 의심되지만 확실치는 않다는 말에,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찾았다. 소장 CT 등 추가 검사 결과 크론병이었다. 이미 소장에까지 염증이 넓게 퍼져,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정씨는 우선 담배부터 끊고 열심히 치료하기로 결심했다.

염증성 장질환...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염증성 장질환은 소장과 대장 등 소화관에 지속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만성 면역 질환입니다. 크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뉘는데 두 질환은 비슷하면서도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보통 항문에서 가까운 직장에서 점막 염증이 시작돼 근위부 대장으로 질병 범위가 진행되지만 소장은 침범하지 않습니다. 반면 크론병은 소장과 대장이 만나는 회맹판 부위의 염증이 가장 흔하며, 회장이나 공장 등 소장 침범도 비교적 흔합니다.

과거에는 북미나 유럽 등 서구에서 흔한 질환이었지만 식습관 및 생활환경 등의 변화로 인해 국내에서도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한장연구학회 자료에 의하면 염증성 장질환 환자 수는 증가 추세로, 2019년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약 3만7,000명, 크론병 환자는 약 1만8,000명으로 1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과거에는 염증성 장질환도 희귀질환으로 분류됐지만, 궤양성 대장염은 이미 그 기준을 벗어났으며 크론병 역시 더는 국내에서 희귀한 질환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상인(왼쪽)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장 내시경 사진

정상인(왼쪽)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장 내시경 사진


주요 증상은 복통·설사·혈변·체중 감소

아직까지 염증성 장질환의 단일한 근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특정 유전적 원인이 있는 사람에서, 식습관 및 생활환경의 변화, 장내미생물의 변화와 맞물려 장관 내의 과도한 이상 면역 반응이 염증성 장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흔히 호소하는 증상은 설사, 혈변, 복통, 체중 감소 등이 있습니다.

크론병에서는 약 30~50% 정도의 환자에서 재발성 항문 주위 치루가 동반됩니다. 경증 단계에서 단순 장염이나 과민성 장 증후군과 혼동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방치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염증이 장기간 조절되지 않으면 장 협착이나 폐색, 복강 내 농양이나 누공, 장기적으로는 대장암 발생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증상이 경미한 경우라도 점액변이나 혈변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다양한 생물학 제제 등장으로 치료 옵션 다양해져

염증성 장질환은 근본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완치가 어려운 만성 재발성 질환으로, 증상이 악화되는 '활동기'와 호전되는 '관해기'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증상이 경미한 환자에게는 항염증 약제인 메살라민 등으로 치료하고 급성기 때마다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는 방법이 주를 이뤘는데,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누적되는 반면, 질병의 경과는 크게 바꿀 수 없어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효과가 좋은 다양한 생물학 제제의 등장으로 과거에 비해 수술률이 낮아졌고,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비율도 과거의 절반 정도로 감소했습니다.

생물학 제제란 살아 있는 생물을 재료로 만든 치료제로, 면역항체나 혈액성분 등을 이용한 의약품이나 백신을 말합니다.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로는 대표적인 염증 매개물질인 종양괴사인자(TNF)를 억제하는 항TNF 제제가 1990년대 말부터 사용돼 왔습니다. 정맥주사 제제로는 레미케이드, 렘시마, 레마로체 등이 있고, 피하주사 제제로는 휴미라와 심포니가 이에 해당합니다.

2010년대에는 염증을 유발하는 림프구가 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는 인테그린 억제제(킨텔레스)가 염증성 장질환 치료법으로 승인됐으며, 최근에는 또 다른 염증 매개물질인 인터루킨12ㆍ23 억제제인 유스테키누맙(스텔라라)이 보험에 적용됐습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는 먹는 약인 토파시티닙(젤잔즈)도 사용이 가능해졌습니다.

희귀·난치성 질환 아닌 만성 질환... 관리 가능

다만, 여전히 사용 가능한 약제의 종류가 한정돼 있고 환자마다 효과가 좋은 약제가 다르며, 효과가 강력한 만큼 감염 등의 부작용 우려도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 방법을 선택할 때에는 환자의 질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는 전문의와 면밀한 검토 및 상의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염증성 장질환은 평생 치료를 해야 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라는 인식 때문에 처음 진단을 받게 되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낙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치료제의 발달로 장기간 관해기를 유지하는 환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만큼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염증성 장질환은 고혈압과 같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므로,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질환 극복 의지를 가지고 주치의와 함께 장기적인 질환 관리 계획을 세워,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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