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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 100년 넘게 이어지는 이탈리아의 광기…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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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 100년 넘게 이어지는 이탈리아의 광기…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입력
2021.08.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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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치아는 지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특한 감성' 그리고 '광기'를 펼쳐왔다.

란치아는 지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특한 감성' 그리고 '광기'를 펼쳐왔다.

FCA 그룹과 PSA 그룹이 대대적인 합병을 통해 등장한 스텔란티스는 그 시작부터 많은 이야기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FCA 그룹 내 워낙 부실한 실적의 브랜드들이 많았던 만큼 스텔란티스는 탄생 이전부터 체질 개선 및 브랜드 개편 등의 요구가 무척 컸고, 실제 스텔란티스 역시 각 브랜드들에 대한 비전, 활동 계획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탈리아의 브랜드, 란치아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실적, 포트폴리오의 상태, 시장 상황 등 많은 부분에서 브랜드 유지와 폐지 사이에서 오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란치아는 어떤 역사를 품고 있을까?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빈센초 란치아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빈센초 란치아

1906년 시작된 란치아의 역사

란치아의 역사는 지금부터 10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야 한다.

지난 1906년, 피아트 브랜드의 테스트 드라이버이며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전문 레이서로 활동 중이던 빈센초 란치아(Vincenzo Lancia)가 그의 친구 클라우디오 포골린(Claudio Fogolin)과 함께 자동차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 그 길로 이탈리아 토리노에 터를 잡고 ‘란치아(Lancia & C. Fabbrica Automobili) 브랜드의 시작을 알렸다.

어린 나이로 자동차 업계에 활동했던 빈센초 란치아의 경험은 곧바로 실전 무대로 이어졌고, 실제 설립 이듬해인 1907년에는 티포 51(Tipo 51)로 불리는 28마력의 2.5L 엔진을 장착한 후륜구동 차량을 선보이게 되었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티포 51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티포 51

참고로 이 차량은 훗날 ‘알파’라는 명칭으로 불렸으며 1908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대중들에게 공개되었다.

티포 51은 비교적 우수한 성능, 그리고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이며 판매 부분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하며 란치아 브랜드 초기 형성에 있어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참고로 2.5L 엔진에 비교적 가벼운 체격 덕분에 사양에 따라 90km/h에 이르는 최고 속도를 갖췄고 여러 바디 스타일을 마련해 소비자 대응에도 능숙했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등장과 함께 혁신을 이어간 란치아

란치아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브랜드의 경험이 쌓이는 초기부터 기술적인 혁신과 가치를 상당히 능숙하게 선보였다는 점이다. 실제 많은 브랜드들이 초기의 여러 기술 개발을 선보이지만 상당히 유사한 형태를 이어가는 것에 비해 란치아는 과도할 정도로 다채롭고 흥미로운 기술적 혁신을 이어갔다.

실제 티포 51 이후 여러 차량을 선보이는 사이에서도 1910년에는 곧바로 미국 시장에 수출을 하며 시장 규모를 넓히는 데 힘을 들였을 뿐 아니라 란치아 브랜드 트럭 계보를 알리는 이오타(Jota)를 선보이며 차량의 세분화에 대한 첫 시작을 알리게 되었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게다가 1913년에는 유럽에서 표준화된 시동 자치와 전기적인 점화장치를 사용하며 기술 규격에 대한 의미를 더욱 강조했을 뿐 아니라 1922년에는 란치아 람다(Lamda)를 통해 모노코크 섀시를 선보이며 기존의 ‘바디 온 프레임’과는 사뭇 다른 제조 공정 및 보다 효율적인 소재 관리의 매력을 제시해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모노코크 섀시의 매력을 알리는 람다는 그 외에도 독립식 서스펜션 시스템과 트윈 오버해드 캠 샤프트, 4륜 브레이크 시스템 등 현재에도 일반적인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는 여러 기술 및 기술 규격에 대해 가이드를 제시했다. 게다가 시장에서도 성공을 하며 1만 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이후 란치아는 기술 혁신에 대한 기조를 꾸준히 이어가며 30년대, 40년대는 물론 50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 혁신과 발전, 그리고 기술 규격 등의 적용에 공을 들이며 5단 변속기의 최초 적용과 V4 엔진 및 V6 엔진의 생산, 리어 트랜스 액슬 등 다채로운 기술을 시장에 제시하며 이탈리아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존재가 되었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혁신의 그림자를 마주하다

란치아는 브랜드 출범 이후 꾸준한 기술 발전과 기술의 혁신, 그리고 규격화에 대한 의미를 시장에 전달하고 또 이러한 활동을 통해 차량 가치의 우수한 매력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나 기술 발전에 따라 ‘그림자’ 역시 더욱 짙어진 것이 사실이다.

실제 란치아는 제1차 세계대전 속에서 쌓은 경험은 물론 제 2차 세계대전의 패전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얻을 수 있던 다양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꾸준히 새로운 기술 및 기술 기조를 반영한 차량을 선보였으나 해당 차량들은 모두 일반적인 차량 대비 더욱 높은 ‘제작 단가’를 요구했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게다가 새로운 기술, 정교한 조율이 적용되었던 대다수의 란치아 차량들은 그만큼 수작업 공정이 많아졌고, 결국 시장에서의 수익성은 빠르게 하락하게 되었다. 실제 최초의 V6 엔진 탑재 차량인 아우렐리아(Aurelia)나 플라미니아(Flaminia) 등이 좋은 예라 할 수 있었다.

결국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지며 란치아 브랜드는 결국 재정 악화의 종착역에 이르게 되었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피아트의 품에 안긴 란치아, 그리고 광기의 행보

1969년, 피아트는 적자에 허덕이는 란치아 브랜드를 인수했고 상당한 수준의 투자를 통해 란치아 특유의 광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는 ‘혁신의 집착’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이러한 투자는 유효했고 1970년대와 1980년대 란치아는 당대 모터스포츠의 기술 경쟁의 장이라 할 수 있는 WRC 무대에서 수많은 브랜드들과 경쟁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게 되었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스트라토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스트라토스

실제 당시에 란치아가 선보이는 차량에는 최후의 V4 엔진 사양이라 할 수 있는 풀비아는 물론이고 아직까지도 전설의 랠리 차량으로 기억되고 있는 스트라토스(Stratos) 역시 이 시기에 등장했다. 특히 스트라토스는 독특한 외형, 극단적인 기능주의에 입각해 1974년부터 1976년까지 3년 연속 우승은 물론이고 1975년부터 1977년까지도 3년 연속 우승에 올랐다.

이외에도 강력한 패자에 대한 도전을 통해서도 이러한 광기와 같은 행보는 이어졌다. 1983년에 등장한 란치아 랠리 037은 당대 WRC 무대를 집어삼켰던 아우디 콰트로의 행보를 막아내며 후륜구동 랠리카의 자존심을 세우기도 했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랠리 037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랠리 037

특히 랠리 037은 말 그대로 아우디 콰트로의 단점에 집착할 정도로 달려들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 란치아 엔지니어들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존재기이도 했다. 게다가 극단적으로 낮은 전고를 기반으로 한 독특한 기조는 ‘우승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덧붙여 1986년에는 란치아 테마 8.32를 통해 팝업식 리어 스포일러를 선보이는 등 기술에 대한 다채로운 고민, 다양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테마 8.32는 페라리의 308 GTB QV와 몬디알 QV의 엔진을 사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었다. 즉, 현재의 마세라티가 갖고 있는 포션을 테마 8.32가 갖고 있었던 것이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한편 쉽게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과격한 행보는 90년대에도 이어졌다.

이와 함께 란치아 델타의 4WD 모델이며 고성능 모델인 델타 인테그랄레 HF 계열 등도 등장해 란치아의 고성능 퍼포먼스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으며, 실제 1987년부터 1992년까지 6년 연속 WRC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실적’까지 올리는 쾌거를 이뤄냈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화려한 과거를 뒤로한 란치아의 작아진 발걸음

이탈리아의 여러 자동차 브랜드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 브랜드들이 자신이 가진 기술로 모터스포츠 무대를 정복하면 정복할수록 시장에서의 입지, 그리고 수익성은 점점 하락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란치아 역시 피할 수 없었다. 란치아는 이미 1980년대부터 다 브랜드와의 협력 및 교류를 통해 효율성 및 수익성 재고를 추구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는 1990년대의 브랜드 행보의 축소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결국 란치아는 여러 모터스포츠 활동 및 대외 활동의 규모를 줄였을 뿐 아니라 제품 라인업에 있어서도 실용적이고 ‘소비자 요구가 높은 영역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지자 2007년, 피아트는 란치아를 대상으로 강력한 구조조정 및 체질 개선을 거치며 ‘란치아의 광기’의 선명함은 점점 옅어지게 되었다.

게다가 2011년에는 란치아 브랜드를 FCA 그룹 내에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듯한 결정을 내린다. 바로 이탈리아 브랜드인 란치아와 미국 브랜드인 크라이슬러의 차량을 서로 리배징하여 서로의 브랜드로 출시를 결정한 것이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말 그대로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으며 당시 미국 경제 위기 이후의 긴축 정책 이어진 FCA 그룹은 신차 개발 및 기술 개발 부분에서도 공을 들이지 못하며 란치아 브랜드와 크라이슬러 브랜드는 모두 신차 소식 없이 기존 차량들을 하나씩 단종시키거나 구형 모델을 조금씩 손질하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결국 FCA 그룹은 2017년, 란치아 브랜드를 이탈리아 내수 전용 브랜드로만 남기도록 했으며 그 외의 시장에서는 사후 서비스만 제공하게 되었다. 덧붙여 판매 차량 역시 소형 모델인 입실론 만을 남기며 란치아 브랜드의 ‘폭락’에 방점을 찍었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그러나 아니러니 하게도 입실론은 이탈리아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줄리아와 스텔비오 공개 이후 별다른 포트폴리오 개편을 이어가지 못했던 알파로메오 대비 더욱 우수한 실적을 올리는 새로운 반등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2018년과 2019년, 이탈리아의 내수 경제 위축 속도에서도 의미 있는 실적과 판매 성장의 수치를 제시하며 피아트와 알파 로메오의 완연한 하락세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며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란치아 브랜드 히스토리

결국 란치아는 이후 FCA 그룹과 PSA 그룹의 합병으로 등장한 스텔란티스 체제 아래 입실론 뿐인 브랜드 포트폴리오, 그리고 이탈리아 내수 판매 밖에 하지 못하는 현 상황으로 인해 '폐지'론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브랜드의 정체성과 정신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게 되었고 새로운 포트폴리오 전략 및 미래 전략 비전을 준비 중에 있다.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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