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은 애호박 폐기 소식에 주문량 몰려 한숨 돌리기도?
기상변수에 코로나까지... 농산물 관리 기능 고도화해야
3일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 석유 등 공업제품 가격과 함께 농축수산물값이 급등해 지난달 생활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정작 산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재고 증가, 폭염으로 인한 생육 저하로 가격이 폭락하면서 타격받는 농가가 적지 않다. 각 지자체가 팔을 걷어붙여 판로를 급조,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농축수산물 관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농어민을 살리기 위한 해당 지자체의 판로 개척 노력은 전방위적이다. 전복으로 유명한 전남 완도군은 전국의 공직자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군은 지난달 29일 전국 지자체 245곳에 ‘전복 생산자 돕기 판촉행사’ 공문을 보내 동참을 호소했다. 활전복 1kg(15~16미)에 3만 원, 2kg(30~32미) 5만8,000원에 ‘배송료 무료’ 팁까지 내걸었다. 안봉일 완도군 자치행정국장은 “코로나19로 전복 내수 소비가 부진해 전복 양식 어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다 커버린 전복을 지금 팔지 않으면 고수온으로 폐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 화천군은 지난달 유튜브 채널과,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사내면 화악산 토마토영농조합의 수확과 선별, 포장 과정을 홍보, 농민들의 시름을 덜기도 했다. 사내면 토마토 선별장에서 진행된 라이브 방송 50분 만에 예정된 물량의 2배가 넘는 4.8톤의 토마토를 판매했다. 국내 애호박 주산지인 화천군은 앞서 판로를 잃은 애호박밭을 갈아엎고 있다는 소식을 출향민들 상대로 홍보, 전국적 주문을 이끌어내 지역 농가를 살린 바 있다.
전면에 나선 지자체들이 모두 흥행 보증수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역풍을 맞은 경우도 있다. 충북 충주시는 지난달 22일 시 온라인 직거래장터인 ‘충주씨샵’을 통해 초당옥수수 1만3,000박스를 판매했다. 지난 5월부터 우박, 6월 저온 현상, 지난달 폭염으로 초당 옥수수 농가들의 피해가 다른 해보다 커졌기 때문에 마련한 행사였다. 시가 포장비와 배송비까지 지원하고 나서면서 주문이 폭주, 판매 개시 1시간 만에 준비한 물량을 팔아 치웠다. 하지만 폭염으로 배송 중 일부 상품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서 소비자들의 불만과 환불 요구가 잇따랐고, 이에 시는 결국 사과문을 게시하고 환불, 교환에 나서야 했다.
폭염으로 농가 피해가 커지자, 허태웅 농촌진흥청장도 지난달 31일 전북 임실군 복숭아 농가와 오이 시설농가를 찾아 생육 상황 점검에 나서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코로나19와의 공존이 불가피한 시대적 상황을 감안, 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그간 농산물 수요 리크스에서 기상 변수가 컸지만, 코로나19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변수가 등장, 소비 패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주요 품목에 대해서는 수급관리를 상시로 하는 등 정부의 농축수산물 관리 기능이 고도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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