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봉... 제임스 건 감독 "원작 만화 팬"
정관사 ‘더(The)’ 하나 붙었는데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4일 개봉하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괴이하면서 발칙하고 웃기면서 씁쓸하다. 수작이라는 형용보다는 괴작이라는 수식이 어울린다. 감독이 갖은 상상을 발휘해 기상천외한 감성을 빚어낸다. 전작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는 영화팬들 뇌리에서 바로 삭제될 만큼 이야기도, 캐릭터도, 영상미도, 스펙터클도, 음악도 강렬하고 강렬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영화팬들에게 악평 세례를 받았던 영화다. 영화의 밑그림이 된 DC코믹스 동명 원작 만화 팬들의 낙심이 특히 컸다. 흥행 역시 신통치 않았다. 한국에서는 189만 명이 봤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답지 않은 성적표였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되살리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모색했다.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로 유명한 제임스 건(51) 감독을 영입했다. 축구로 치면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명문구단 리버풀FC가 오랜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잠시 불러 와 팀을 재정비하는 것과 같은 조치였다.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는 미국 만화계에서 숙적 관계이며 스크린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마블 영화 감독이 DC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연출한 것은 건 감독이 처음이다.
어렵게 ‘적장’을 모셔왔으니 전권을 줄 수밖에.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건 감독의 자유분방한 사고가 두드러진다. 어른들만을 위한 블랙 유머가 넘쳐나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이어진다. 무리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예측불가로 뻗어나간다. 건 감독의, 건 감독에 의한, 건 감독을 위한 영화라 표현해도 과하지 않다.
이야기 얼개는 원작 만화나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악당들이 스크린 무게중심을 치지한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살인 기술을 배운 냉혈 인간병기 블러드스포트(이드리스 엘바), 이름과는 다르게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을 죽이는 피스메이커(존 시나), 언행을 예측할 수 없는 순박한 미치광이 할리 퀸(마고 로비), 인간 반 상어 반 식인 괴생명체 킹 샤크(목소리 연기 실베스터 스탤론) 등이 감형이나 석방을 위해 비밀 작전에 참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팀명대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의 각기 다른 면모가 맞물리며 빚어내는 사연이 스크린을 채운다. 2일 오후 화상으로 한국 기자들과 만난 건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부담감도 느끼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내가 원작 만화 팬이기에 만든다는 경험 자체가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중심 인물들은 전편과 다르다. 악당들을 겁박해 비밀 작전 팀을 운영하는 정보기관 간부 아만다 월러(비올라 데이비스), 팀장 플래그 대령(조엘 킨너먼), 할리 퀸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인물들이다. 건 감독은 “75년 역사 DC코믹스의 모든 악당들 그림을 사무실 벽에 걸어놓고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사연이 있을 만한 캐릭터만 이야기에 집어넣고,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할리 퀸은 건 감독이 처음부터 마음에 둔 캐릭터였다. 건 감독은 “할리 퀸은 만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캐릭터”라며 “슈퍼맨과 원더우먼, 아이언맨 등에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마고 로비는 할리 퀸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이고, 로비보다 더 뛰어난 배우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건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며 할리 퀸의 매력에 새삼 놀랐다”며 “광기 속에서 스스로 배우고 성숙해가며 이전엔 없던 선량함을 가지게 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회 적응에 실패한 반영웅이다. 건 감독은 “나는 보통 아이로 자라면서도 소외된 사람들에 자연스레 끌렸다”며 “반영웅이 어떤 일들을 겪으며 선함을 가지게 되고 새 인생을 살 수 있는 과정에 흥미를 느껴 왔다”고 말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도 블랙 유머가 반짝이는데, 그는 “내가 특별히 유머 감각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데다가 유머를 강조해서 넣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건 감독은 마블 영화와 DC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차이는 없다고 했다. “이번에 창작 재량권을 맘껏 활용할 수 있었지만 마블 영화를 연출할 때도 크게 다르진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블 영화는 가족용인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라는 정도가 다른 점”이라고 했다.
건 감독의 ‘양다리’는 계속된다. 그는 피스메이커를 주인공으로 한 TV시리즈 ‘피스메이커’ 제작을 준비 중이다. 워너브러더스 관계사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HBO맥스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피스메이커의 면모를 영화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며 “드라마에선 그가 어떤 성장 배경을 거쳐 최악의 악당이 됐는지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 감독은 차기작을 빌려 마지막 인사말을 했다. “다음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가 개봉할 때는 한국을 꼭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마블과 DC 사이를 오가는 행복한 감독다운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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