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톱 운동, 10일 전후로 공매도 종목 매수
금융위, 법 위반 가능성 짙다며 K스톱에 경고
인위적인 주가 부양 불법, 작전에 악용될 수도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정준희 인턴기자
지난달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내는 공매도에 대항해 주가를 띄웠던 ‘한국판 게임스톱’(K스톱) 운동이 이달 2차 행동을 예고했다. 금융당국은 K스톱 운동에 대해 '엄중 경고'를 내리면서 사실상 중단을 요청했다. K스톱 운동 자체가 주가를 인위적으로 높이려는 불법행위인 데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작전 세력까지 섞이기 쉬워 일반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특정 종목에 대한 집중 매수 운동은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시장 질서 교란 행위 △시세 조종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매도가 몰리는 종목을 찍어 특정 시점부터 사들이자고 독려하는 K스톱 운동을 겨냥한 경고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주도하는 K스톱 운동은 지난 1월 미국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뭉쳐 공매도 비중이 큰 게임스톱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 주가를 올렸던 사례에서 착안했다.
K스톱 운동은 지난 5월 초 부분 재개된 공매도가 기관·외국인 등 '큰손' 투자자에 유리하고 개인투자자에 불리한 제도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증권사에서 빌려 팔고 실제 가격이 떨어지면 싼 가격에 사 갚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떨어질수록 이익을 낸다.
K스톱 운동은 지난달 15일 개미 투자자 약 2,0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코스닥 시장 공매도 잔액 1위인 에이치엘비 주가를 띄우면서 '전초전'을 치렀다. 이어 오는 10일을 전후로 참여 인원을 늘려 본게임을 예고했다. 매수 종목·시간은 미리 알리지 않을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위 제동에 K스톱 운동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개미 투자자를 모은 K스톱 운동은 결속력 있는 조직이 아니다 보니 금융위 경고만으로도 동력을 잃을 수 있어서다.
금융위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변동시키는 K스톱 운동이 자본시장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본다. 또 K스톱 운동으로 위장한 작전 세력이 주가가 오른 틈을 타 시세 차익을 누릴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 K스톱 운동이 에이치엘비 주가를 집중 매수한 지난 15일 장 마감을 앞두고 단기 차익을 노린 매물이 쏟아졌다. 시장에선 주식 리딩방 등을 중심으로 작전을 펼쳤다는 소문이 퍼졌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K스톱 운동이 관여한 에이치엘비 거래를 두고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금융위 경고는 공매도 반대의 불길이 솟아오르는 찰나에 얼어붙게 만드는 사안"이라면서 "금융당국은 K스톱 운동을 표적 수사할 게 아니라 주식 리딩방, 공매도 주체까지 불법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한투연, 작전 세력에 대한 처벌 수준은 다를 수 있지만 시장질서 교란 행위는 모두에 적용된다"며 "K스톱 운동은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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