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조선 드론 공격받아 승무원 2명 사망
배후로 지목된 이란 "근거 없는 주장 멈춰야" 반박
양국 보복 공격 수차례… 핵합의 복원에 갈등 고조
이스라엘이 최근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직접 지목했다. 그러자 이란은 즉각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양국 간 해묵은 갈등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국제 해운사인 조디악 해양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유조선 ‘머서 스트리트호’가 전날 오만 인근 해상에서 드론 공격을 받아 영국 선원 1명과 루마니아 선원 1명 등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머서 스트리트호는 일본 기업이 소유하고, 이스라엘 해운 재벌 이얄 오퍼 산하 조디악 해양이 운용하고 있다. 피격 당시 배는 탄자니아에서 출발해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던 길이었다.
1일 예루살렘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주례 각료회의에서 “유조선 공격 주체는 명백히 이란이며 그에 관한 증거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란이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국제사회가 명확하게 알려주기를 바란다”며 국제 문제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스라엘이 제기한 의혹을 일축했다. 사이드 하티브자네 이란 외부무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해 이런 주장을 한 게 처음이 아니다”라며 “근거 없는 주장을 당장 멈추라”라고 맞섰다.
미국도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 군사작전을 감독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 폭파 전문가들이 승무원들에게 추가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이번 피격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원할 예정”이라며 “드론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영국, 루마니아 등과 이번 사건을 조사한 뒤 적절한 대응을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국적 선박이 해상에서 의문의 공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년간 레바논에서 시리아로 석유를 운송하던 이란 소유 유조선 수십 척이 공격을 당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이스라엘 소유 선박도 최근 네 차례 공격을 받았다.
양국 관계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ㆍJCPOA) 복원을 추진하면서 더욱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여기며 이란의 핵 개발을 우려해 왔다. 반면 이란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 공격이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이번 유조선 피격 사건은 이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JCPOA 복원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발생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 대(對)이란 제재를 강화하도록 설득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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