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기록은 없다는 사실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또다시 증명됐다. 누구도 경신하기 어렵다고 여겨졌던 육상 여자 100m 올림픽 기록이 33년 만에 깨진 것이다. 고교 시절 ‘너무 느리다’는 이유로 육상부에서 쫓겨났던 자메이카의 일레인 톰프슨(29)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톰프슨은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여자 100m 결선에서 10초61을 기록하며 우승했다. 톰프슨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100m, 200m에 이어서 이번 대회에서도 정상에 섰다. 은메달과 동메달 역시 자메이카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올림픽에서 세 번째 100m 우승을 기대했던 셸리-앤 프레이저-프라이스(35)가 10초74로 2위에 올랐고, 세리카 잭슨(27)이 10초76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날 톰프슨은 전설적 육상선수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세웠던 올림픽 기록을 0.01초 차이로 갈아치웠다. 역대 세계 기록으로는 두 번째다. 경기를 마친 톰프슨은 “(골인 전) 손을 뻗어 기쁨을 표현하지 않았다면 더 빨리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로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기뻐했다.
다만 조이너가 세운 여자 100m 세계 기록은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다. ‘트랙의 패션모델’이라고 불릴 정도로 화려한 옷차림으로 유명했던 그는 실력으로도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그가 1988년 7월 미국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세운 10초49는 ‘불멸의 기록’으로 불린다. 아직까지 10초50대에 진입한 선수조차 나타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조이너가 금지약물을 복용했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그가 수많은 검사를 무사히 통과했음에도 그러한 의심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그가 1998년 39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뇌전증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의혹이 다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 조이너가 세계 기록을 세울 당시에 초속 5.0~7.0m의 뒷바람이 불었다는 주장도 있다. 육상에서는 뒷바람이 초속 2.0m 이하였을 때만 공식 기록으로 인정한다.
때문에 육상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세계 기록을 초기화하자”는 주장이 여러 차례 나오기도 했다. 혈액 등에서 약물을 찾아내는 기술이 부실했던 시대에 세워진 기록들을 공인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서 세바스찬 코 세계육상연맹 회장이 2016년 “여자부 단거리와 투척 종목 등 오랫동안 깨지지 않는 세계 기록 대부분이 적절하지 않은 방법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견해를 밝혔을 정도다. 조이너의 100m 기록을 누가 깰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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