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무산시킨 '환경영향평가', 그게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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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무산시킨 '환경영향평가', 그게 뭐길래

입력
2021.08.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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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갈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은 커지지만 정작 관련 이슈와 제도, 개념은 제대로 알기 어려우셨죠? 에코백(Eco-Back)은 데일리 뉴스에서 꼼꼼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환경 뒷얘기를 쉽고 재미있게 푸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20일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공항 건설의 첫 삽이라 할 수 있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라는 걸 반려했지요. 개발이 환경에 끼칠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라고 두 차례나 보완하라 했음에도 여전히 부실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구체적으로 제2공항이 들어서면 발생하게 될 항공기 소음이 최악일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 제2공항 예정지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이냐 등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실 이번 '반려' 조치는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해왔던 쪽에서도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우리 고장에다 무엇을 지었네, 유치했네가 '훈장'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환경은 늘 뒤로 밀리기 마련입니다. 환경부 자료만 봐도 지난해 전략환경영향평가 548건 중 부동의·반려는 전체의 2%(11건)에 그쳤습니다. 환경 문제를 중심에 둔 진지한 평가라기보다는 개발을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진 것이지요. 이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를 두고 '거짓이다' '부실하다'는 비판은 오래 됐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6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제주제2공항 전략환경영향 평가서 재보완 사항에 대한 입장 발표 및 부동의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1981년 도입된 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는 1981년에 국토 난개발과 과잉개발을 막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 환경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훼손된다는 비판이 일자 '선 개발 후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자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그즈음 해외에서도 '선 관리 후 개발'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그 바람을 타고 우리도 정책을 구상하고 개발계획을 세울 때부터 환경적 측면을 고려하는 환경영향평가제가 도입됐습니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크게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로 나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정책사업의 기본계획 확정 이전에 환경 문제를 따져본다면, 환경영향평가는 기본계획 확정 이후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둡니다.

환경 불교계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도롱뇽소송시민행동 준비위원회' 회원들이 2004년 8월 20일 지율스님이 52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천성산 고속철 관통도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실시할 것을 약속해 지율스님이 단식을 풀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도마에 오른 '날림 평가'

문제는 이 조사가 정말 진지하게 이뤄지느냐입니다. 환경단체 쪽에서는 '슈퍼맨 조사'라는 비판을 곧잘 내놓습니다. 한마디로 "그렇게 엉터리로 대충 조사해놓고 다 괜찮을 거라고만 하는 너희는 무슨 슈퍼맨이라도 되니?"라는 반문입니다.

가령, 인천의 한 산업단지 개발과 관련해서는 맹꽁이 문제가 떠올랐습니다. 맹꽁이는 4월 동면에서 깨어나 6~8월 장마철에 번식하고 10월에 다시 동면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맹꽁이 서식지 현황조사를 4월 중 단 며칠 사이에 끝냈습니다.

부산 대저대교 공사 때는 철새도래지 보호 문제가 등장하자 낙동강 현장 조류 조사를 단 4번에 끝낸 적도 있습니다. 철새의 생태를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엔 수박 겉핥기식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심지어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 때 진행된 일부 조류조사는 식물전문가가 진행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개발업자 손에 쥐어진 환경평가

하지만 이 같은 날림 조사가 정식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개발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하루빨리 개발해야 하는 업자 입장에서 환경영향평가를 객관적으로, 치밀하게 진행할 이유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간혹 개발사업 자체가 큰 사회적 이슈가 돼서 국회 조사나 검찰의 수사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환경영향평가의 내밀한 속살이 드러나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그러다보니 "개발업자가 갔을 때에는 없던 멸종위기종이, 환경단체가 갔을 때 새롭게 발견되는 기적"만 매번 반복될 뿐입니다.

조사, 분석 등 전문기관에 떼주자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개발업자에게 생태조사까지 맡기지는 말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조사과정에서 멸종위기종이라도 나오면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개발업자가 객관적인 조사와 보고서 작성을 하겠느냐는 겁니다. 이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과정 중 조사와 분석은 중립적인 제3의 기관이 하고, 개발업자는 이에 따른 환경영향 최소화 방안만 마련하는 쪽으로 제도 자체를 재구성하자는 겁니다.

이 움직임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다 연구용역을 맡겼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가 논의 중입니다. 국회의 법 개정 움직임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홍석환 부산대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조사, 분석 작업만 독립적으로, 제대로 이뤄지면 개발 사업과 환경 문제를 둘러싼 논란의 70~80%는 자동적으로 정리될 거예요. 이번 국회에선 꼭 개선되길 바랍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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