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에 이어 도쿄에서도 금 4개
여자 양궁 단체전 9연패
안산 올림픽 최초 3관왕 등 성과
“한국은 여러 세대가 지나도록 어떻게 양궁 최강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까?” 지난달 25일 한국 양궁 대표팀이 여자 단체전에서 올림픽 9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뒤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첫 공식 질문이다. 그만큼 2020 도쿄올림픽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한국 양궁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한국 대표팀을 대하는 외국 선수들의 눈빛도 경쟁자라기보다 스타를 대하는 팬의 느낌이었다. 외신 기자들은 기자회견은 물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까지 번역 자원봉사자들을 대동하고 나타나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한 대만 기자는 대만 탕친춘이 개인전 8강에서 김우진을 꺾은 뒤에도 오히려 김우진에게 “대만 선수들의 양궁 실력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고, 다른 일본 기자는 “한일의 양궁 교류”에 대해 물었다.
결과 역시 역대급이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 5개 종목에서 4개의 금메달을 획득하고 1일 귀국했다. 이번 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김제덕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가대표가 된 뒤 남자단체전 우승이 목표였는데, 단체전 우승도 하고 혼성전도 우승해서 기분이 좋다. 후회 없이 올림픽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집중 질문을 받은 ‘3관왕’ 안산은 “첫 3관왕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가질 수 있게 돼 너무 감사하다.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맏형 오진혁은 “이 더운 여름에 우리 양궁 대표팀이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해드린 것 같아서 너무 감사했다”며 국민들의 응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이번만큼은 양궁이 압도적인 결과를 내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외국 선수들의 실력이 워낙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데다 세트제가 자리매김하면서 승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가 많아졌다.
하지만 대표팀은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여자 대표팀은 양궁 경기 첫날인 23일 랭킹라운드에서 올림픽 기록을 나란히 넘어서며 1~3위를 휩쓸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중 680점으로 1위를 기록,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막내 안산(20·광주여대)은 '산'이라는 이름처럼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튿날 혼성전에서 김제덕(17·경북일고)과 함께 첫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25일에는 장민희(22·인천대) 강채영(25·현대모비스)과 함께 ‘여자양궁 단체전 9연패’ 대기록을 견인했다.
이에 질세라 오진혁(40·현대제철) 김우진(29·청주시청) 김제덕으로 구성된 남자 대표팀도 리우올림픽에 이어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안산의 개인전 메달은 화룡점정이었다. 안산은 한국 하계올림픽 사상, 그리고 세계 양궁 사상 처음으로 3관왕에 올랐다. 김우진은 “리우올림픽 이후 이제는 한국 양궁이 약해졌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런 소문을 한번에 밟아 버린 것이 이번 올림픽의 성과”라고 돌아봤다.
‘금메달 5개’ ‘전 종목 석권’이라는 최고의 경지에는 아쉽게 이르지 못했다. 단체전에 너무 집중한 탓인지 오진혁 김제덕은 남자 개인전에서 일찌감치 떨어졌고, 홀로 16강에 오른 김우진마저 8강에서 탈락했다.
그렇다고 한국의 양궁 최강국 지위가 흔들린 것은 아니다. 금메달 4개도 리우올림픽 때와 같은 역대 최고 성적이다. 해외 양궁의 추격도 그것이 이른바 '양궁 한류'에 힘입은 결과라는 점에서 뿌듯함을 남겼다. 이번 대회 양궁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남자 개인전 16강에 오른 15개국 가운데 6개국(한국 포함)의 코치가 한국 출신이다.
응원도 가장 열정적이었다. 막내 김제덕은 경기가 모두 끝난 뒤에도 경기장이 떠나가라 “코리아 파이팅”과 “대한민국”을 외쳤다. 박채순 양궁 대표팀 총감독은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홍승진 남자 대표팀 감독과 류수정 여자 대표팀 감독을 대신해, 응원단장을 자처한 듯 항상 큰 목청으로 ‘코리아팀‘을 응원했다. 강채영은 “저는 무관중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 동료들의 응원 때문에 긴장하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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