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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덮친 집단 피부질환, '친환경 페인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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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덮친 집단 피부질환, '친환경 페인트' 때문이었다

입력
2021.08.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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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오후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5일 오후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가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집단 피부질환 원인이 업계에서 새로 도입한 페인트(도료)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회사 측은 친환경 페인트라는 이유로 인체 유해성 검증을 하지 않았고, 정부 역시 친환경 페인트 도입을 장려하면서도 제대로 된 검증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1일 "지난해 발생한 현대중공업 피부질환 문제 조사 결과 '무용제 도료'에 포함된 과민성 물질이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고용부 "무용제 도료에 포함된 피부 과민성 물질이 원인"

발단은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 노조의 요청이었다. 회사가 새로 도입한 도료를 쓴 뒤 선박 도장 작업자들에게서 피부 발진이 나타난 것. 도료 사용을 일시 중단하고 위험성을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고용부는 지난 1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을 통해 조선사 집단 피부질환의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현대 계열 조선소 3곳, 도료 제조사 3곳, 기타 조선소 4곳 등 총 10개소 근로자 1,080명을 대상으로 임시 건강진단에 들어갔다. 그 결과 55명에게서 피부질환이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53명은 현대 계열 조선사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소속이었고, 나머지 2명은 도료 제조사 직원이었다. 다른 조선사에서는 관련 피부질환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대 계열 3사가 사용한 무용제 도료와 기존 도료의 성분 등을 비교 분석했고, 무용제 도료에 포함된 피부 과민성 물질이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고용부는 "무용제 도료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함량을 5% 아래로 내린 도료로 그 때문에 '환경친화적'이란 평가는 받았지만, 휘발성 유기화합물 함량이 낮아진 대신 새로운 과민성 물질이 들어갔다"며 "주 성분인 에폭시 수지도 기존 도료에 사용된 것보다 분자량이 적어 피부 과민성이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계열 조선3사에 '안전보건조치' 명령

무용제 도료는 2019년 4월 정부가 '조선산업 활력 제고 방안'으로 사용 확대를 장려한 도료다. 정부의 장려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조선업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용제 도료가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이를 개발한 제조사나 이를 사용한 조선사, 사용을 장려한 정부 어느 누구도 유해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

고용부는 현대 계열 조선3사에 △화학물질 도입 시 피부과민성에 대한 평가 도입 △내화학 장갑 등 피부노출 방지 보호구 지급 △의학적 모니터링과 증상자 신속 치료 체계 구축 △안전 사용방법 교육 등을 담은 안전보건조치 명령을 내렸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과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10대 조선사에 공동 서한문을 보내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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