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속기록 보니... "권력 감시 위축" 4차례 지적에도 與 모두 귀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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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속기록 보니... "권력 감시 위축" 4차례 지적에도 與 모두 귀 닫았다

입력
2021.07.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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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8월 임시국회 내 처리' 방침을 세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오보에 따른 피해를 본 일반인에게 구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있다. 문제는 고위 관료나 정치인, 대기업 등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통로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이다. 지난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속기록을 보면, 징벌적 손해배상의 남용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에 민주당은 귀를 닫은 채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박정(오른쪽) 소위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권력자·대기업의 '언론 압박' 악용 가능성

법안소위에서는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위축에 대한 대화가 4차례 오갔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권력자와 대기업은 (자신들의 비위 등을 보도한) 언론과 제보자에게 '인생을 파멸시키고 회사 문을 닫게 하겠다'고 위협한다"며 "(법안은 권력자 등에 대해) 예외로 한다지만 실제로는 다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중재법은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를 한 언론사에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고위 공직자와 대기업 관계자 등에게는 '악의적 보도'에 한하고, △보도로 손해가 발생할 것을 인식한 경우 △보도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경우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언론계 등에서는 악의적 보도와 고의·중과실을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그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부여하면서 비판·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예를 들어 권력자나 대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의 경우에도 각자의 해석에 따라 '가짜 뉴스'가 될 수 있다. 권력자나 대기업은 오히려 이를 악용해 언론사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민주당 소속 박정 법안소위원장은 "(손해배상 하한선으로 설정한 언론사 전년도 매출액의) 1,000분의 1, 1만분의 1로는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며 "너무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언론의 권력 견제 기능 약화라는 본질을 지적하는데 언론사가 부담할 배상액이 크지 않다는 취지의 동문서답인 셈이다. 이 역시 1,000분의 1은 하한선일 뿐 그 5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아울러 배상액 하한선은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곤란할 때'만 적용된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재산 공개 대상 아닌 권력자는 어떻게?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돈 있는 사람 중 아무 직책이 없는 사람과, 언론·문화 권력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는 대상은 재산 공개 대상인 고위 공직자와 일부 대기업 관계자인데,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권력자가 제기하는 소송 남용 가능성을 어떻게 예방할 것이냐는 지적이었다.

법안에 따르면 현직에서 물러난 대통령·검찰총장·국회의원은 물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같은 원외 당대표도 일반인과 동일하게 제한 없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별다른 제약 없이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에 대한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與 "언론의 비판·감시 더 보장" 동떨어진 주장

최 의원은 "명백한 권력자에 대한 추적보도를 전략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오히려 권력집단에 대해서는 언론의 비판과 감시 기능을 더 보장해주는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는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현행법상 언론 보도에 불만을 가진 권력자와 대기업은 손해배상 청구와 명예훼손 고소 등을 통해 구제를 받고 있다. 오히려 이번 개정안으로 기존 구제 방안에다 언론사를 상대로 징벌적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대해준 측면이 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우한 기자

최 의원은 회의 막판에도 "권력형 비리와 대기업 비리(의혹 제기)를 잠재우기 위한 취재 봉쇄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했지만 박정 소위 위원장은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위축 우려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였다.

이성택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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