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은 한때 전라북도 수출액의 절반을 책임졌다. 도 전체 수출액 43%가 군산에서 나왔다. 대우·현대라는 ‘쌍두마차’ 덕분이었다. 1991년 새만금 간척 사업이 시작되며 군산은 전북 경제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대우자동차, 현대중공업이 군산에 둥지를 튼 것도 이 무렵이다. 공장 굴뚝에선 24시간 연기가 피어올랐고, 공단은 수만명의 노동자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이젠 옛이야기다.
지난 9일 찾은 군산에선 영화롭던 시절의 정취만 느껴졌다. 이날 군산의 낮 최고 기온은 32도. 후텁지근한 날씨와 달리 도시 풍경은 을씨년스러웠다. 그저 기분 탓은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군산의 고용률은 53%. 전국 166개 시군 가운데 163위를 기록했다. 2017년 현대중공업이 군산에서 철수한 뒤 1만명 이상이 군산을 떠났다. 한여름에도 군산 고용 시장에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셈이다.
◇ ‘폐원 -> 2년 유예’ 기사회생... 반전 가능했던 이유
대한상공회의소 전북인력개발원(이하 전북개발원)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이하 새만금 산단) 내 ‘노른자 땅’에 자리하고 있다. 타타대우상용차(전 대우자동차)·두산인프라코어·새만금개발청 등 관내 주요 기업 및 기관과 인접해 있으며, 군산국가산업단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동장산로와 맞대고 있다. 전북인력개발원 김우성 기획홍보팀장은 "전라북도와 군산시 지원 덕분에 폐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북개발원은 전국 9개 대한상의 인력개발원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총 3만 9,669㎡(약 1만 2,000평) 부지에 6개동, 운동장으로 구성돼 있다. 건물 총면적은 2만 845㎡(6,305평)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전북개발원의 양성 현황은 군산 경제의 열악함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2016년 14개(이하 국기직종·지자체·지산맞, 6개월 이상 기준)였던 교육 과정은 △2017년 9개 △2018년 11개 △2019년 6개 △2020년 7개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입학 인원도 314명(2016년) → 189명(2017년) → 253명(2018년) → 130명(2019년) → 117명(2020년)으로 60% 이상 감소했다.
◇ ‘전기차’로 다시 뛰는 군산... “산업체 필요 인력 양성 및 산학관 연계 협력 강화”
군산대학교 새만금 캠퍼스를 마주한 군장국가산단주택단지는 과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한국GM 군산공장 직원들로 붐볐던 곳이다. 2010년대 한국GM 군산공장 협력사에 고용된 직원만 1만 2,000명이 넘었다. 지금은 건물마다 ‘임대’, ‘즉시 입주’ 등 세입자를 찾는 표지가 붙어 있다.
군산은 2018년 경남 거제·고성·진해 등 고용 위기 지역으로 지정됐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한 지 1년째 되는 해였다. 고용 위기 지역은 기업 도산,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 안정에 중대한 문제가 생긴 지역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지정 시 △고용 유지 지원금 추가 △실업 급여 기간 연장 △재취업 지원 서비스 △직업 훈련비 등이 지원된다.
위기 지역 지정 이후 군산은 ‘전기 자동차’를 미래 먹거리 삼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그 과정의 하나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명신, 에디슨모터스, ㈜대창모터스 등 완성차 업체 4곳과 부품 업체 1곳이 2024년까지 5,171억원을 투자해 전기 SUV, 전기 트럭, 전기 버스 등 24만대를 생산하고, 1,700여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이다.
이에 맞춰 전북개발원은 군산형 일자리의 성공적 안착과 상생형 일자리를 통한 지속 가능한 전북 군산형 전기차 클러스터의 구축을 주도할 전문 기술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느끼고, 에디슨모터스㈜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미래차 인력 양성 및 우선 채용을 진행했다.
전기차는 구직 활동이 활발한 20~30대 젊은 층이 흥미를 보이는 분야다. 김 팀장은 “지난 3월 태양광 에너지 전기 제어, 미래차 모빌리티 전장·조립 등 4개 과정을 개설해 교육생 모집 공고를 하여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최근 모집을 마친 전기차 전문 과정에도 젊은 층이 많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전북개발원 노형만 원장은 “군산형 일자리 등 미래차 모빌리티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노력하겠으며, 현장 맞춤형 실무 중심의 기술 교육으로 산업체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산학관 연계 협력 강화를 통해 장기적인 인재 양성 과정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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