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일 ‘부동산 고점론’을 강조하며 집값 하락을 경고해도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담화문을 발표한 28일에도 전국구 청약이 가능한 세종 아파트 분양에는 22만 명이 달려들었다. 같은 날 신청이 시작된 3기 신도시 등 사전청약 홈페이지에는 하루에만 30만 명이 몰렸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부동산 담화가 발표된 전날 진행된 '세종자이 더 시티' 1순위 청약(1,106가구)에는 22만842건의 신청이 쇄도했다. 평균 경쟁률은 199.7대 1이고, 2가구를 모집하는 84㎡P 타입 경쟁률은 1,237.5대 1까지 치솟았다.
이 단지는 세종 이전기관 공무원 특별공급 폐지 이후 첫 분양인 데다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해 일찍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분양가도 최저 3억6,400만 원(84A1)부터 시작해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다. 게다가 50%가 추첨제인 전용면적 85㎡ 초과 일반공급 물량이 1,043가구나 돼 청약자 중 세종 1년 이상 거주자가 아닌 기타지역의 비율이 84%에 이른다.
전날 오전 10시 개시된 하반기 수도권 공공택지 1차 사전청약에도 수요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사전청약 홈페이지의 첫날 접속자는 29만8,604명으로 집계됐다. 홈페이지 단순 방문자를 제외하고 '신청 시스템'에 접속한 이들만 추린 숫자다.
사전청약 이틀째인 이날 오후 5시 기준 누적 접속자는 43만 명을 돌파했다. 동시 접속자 수가 한때는 1,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LH 관계자는 "처음부터 호응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물론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부터 기회만 생기면 끊임없이 고점 경고를 날려도 정작 시장에선 통하지 않는 셈이다. 사전청약은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이라 성격에 차이가 있어도 신청 시스템 접속자 폭주는 수요가 공급을 심각하게 초과한 현 상황의 방증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다. 청약 시장에는 당장 자금이 부족한 이들이 뛰어드는데, 여기에 일반 매매시장의 무주택 실수요자까지 더하면 그간 누적된 매수 수요는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집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한 지난 4년 동안 주택 가격이 끊임없이 올랐기 때문에 이제 국민들이 더는 기다리지 않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정부가 계획 중인 내년 6만2,000가구 정도로는 누적된 매수 수요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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