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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못 찾던 1번 확진자, 마약범 잡던 데이터 수사로 5일 만에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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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못 찾던 1번 확진자, 마약범 잡던 데이터 수사로 5일 만에 해결"

입력
2021.08.02 05:00
수정
2021.08.02 10:5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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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정보분석전문 경찰관 7명 '어벤져스팀'?
질병청 파견 역학조사 활동 최근 마무리?
지능형 수사분석 기법 접목 '고차원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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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온 경찰대 치안데이터과학연구센터장. 원다라 기자

김지온 경찰대 치안데이터과학연구센터장. 원다라 기자

3개월이 지나도록 '1번 확진자'를 못 찾아 '미스터리'라 불렸던 해양수산부 집단감염 사태를 단 5일 만에 해결했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때는 719만여 건에 달하는 휴대전화 기지국 교신 내역을 9%(64만여 건)로 압축했다. 집단감염지에서 확보한 일주일치 영상을 서너 시간만에 분석, 마스크 안 쓴 사람들을 가려내고 머무른 시간도 확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 최근까지 활동하면서 발군의 역학조사 실력을 보여준 이들은, 경찰관 7명으로 이뤄진 태스크포스(TF)다. 전국 수사정보분석 담당자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조직이라 정식 명칭도 없지만, 이들 7인조가 질병관리청에 파견돼 '지능형 수사정보분석'을 접목한 고차원 역학조사를 선보였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

김지온 경찰대 치안데이터과학연구센터장은 스스로 '어벤져스팀'이라 부르는 TF의 팀장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경찰이 5, 6년 전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는 지능형 수사정보분석의 체계를 잡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엑셀·수기 의존 역학조사 ‘업그레이드’

28일 충남 아산시 경찰대에서 만난 김 센터장은 "지능형 수사정보분석은 마약, 보이스피싱 등에 주로 쓰이는 데이터 수사 기법"이라며 "코로나 집단감염이 잇따르자 일선 수사관들이 감염경로 추적에 이 기법을 도입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에 동조하는 이들이 TF를 조직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역학조사는 확진자의 카드 사용 내역, 기지국 발신 정보 등을 엑셀에 일일이 입력하고, 동선은 종이에 그려가면서 추적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품과 시간이 많이 들다 보니, 수십에서 수백 명을 추적해야 하는 집단감염이 터지면 업무가 마비될 수밖에 없었다.

TF는 질병관리청에서 경찰의 지능형 수사정보분석 체계를 역학조사에 활용했다. 입수된 자료의 형식을 통일하는 데이터 표준화 시스템 i1, 사회관계망 분석 시스템 i2, 정보 분석 결과 공유 시스템 i3이다. TF는 지리정보 분석용 '아크GIS', 폐쇄회로(CC)TV 분석용 '브리프캠' 등 수사 장비도 활용했는데, 이는 팀원 대부분이 형사여서 가능했다. 덕분에 수개월은 족히 걸리던 복잡한 데이터 처리가 몇 분이면 완료돼 조사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김지온(왼쪽에서 두 번째) 센터장과 경찰 수사정보분석가들. 이들은 자발적으로 TF를 꾸리고 최근까지 질병관리청에 파견돼 수사정보분석 기법을 접목한 코로나19 역학조사를 수행했다. 2020년 4월 촬영. 김지온 센터장 제공

김지온(왼쪽에서 두 번째) 센터장과 경찰 수사정보분석가들. 이들은 자발적으로 TF를 꾸리고 최근까지 질병관리청에 파견돼 수사정보분석 기법을 접목한 코로나19 역학조사를 수행했다. 2020년 4월 촬영. 김지온 센터장 제공


수사 현장 노하우로 방역에 기여

TF 팀원들이 역학조사 현장에 보내달라고 하자 조직에선 난색을 표했다. 핵심 수사 인력들의 빈자리가 걱정됐고, 무엇보다 다른 조직에 가서 별다른 성과를 못 내면 경찰 위신이 흠날 거란 우려도 있었다. 상부를 설득하고자 김 센터장은 수개월 미궁에 빠졌던 '구원파 유병언 차명폰'을 3일 만에 찾아낸 경험을 제시하며 성과를 자신했다. 팀원들은 당시 공개됐던 '신천지 동선 데이터'를 활용, 확진자 추적에 기여할 방법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질병관리청으로 건너간 TF가 해수부 집단감염 사태를 해결하자 '사건 의뢰'가 이어졌다. 일부 팀원들은 1,000만 원에 달하는 워크스테이션(고성능 컴퓨터)을 자비로 구입해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했다. 수사 현장에서 얻은 노하우도 십분 발휘됐다. 김 센터장은 "팀원들에게 프로그래머냐 이공계 출신이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대부분 문과 출신"이라며 "우리가 데이터 분석을 하는 건 수사 현장에서 고민하면서 찾은 해법이 그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전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팀장, 군산경찰서 강력계장을 거치면서 탄탄한 수사 경력을 쌓았다. 보이스피싱이나 마약 사건이 터지면 분석해야 할 계좌가 수십에서 수백 건, 기지국 통화기록은 수백만 건에 달한다. 그럴 때마다 형사들이 엑셀에만 의존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해법을 찾아 나선 김 센터장은 해외 경찰에서 활용하던 i2 도입을 건의했다. 2016년엔 경찰청이 i1과 i3를 자체 개발했다.

2015년부터 경찰연수원에서 배출되고 있는 수사정보분석가도 1,000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활약으로 2016~2019년 해결된 사기·마약 등 범죄가 1,480건에 달한다. 최근엔 30억 원 규모의 주식 리딩방 사기 사건의 주범을 찾아내는 성과를 냈다. 김 센터장은 "강력사건은 줄어들고 사이버 및 지능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수사 현장에서 데이터 분석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점차 많아질 것"이라며 "경찰의 데이터 실시간 분석 역량은 감염병 등 국가적 재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산=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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