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회고록 국내 번역 출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집필한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이 번역 출간됐다. 유년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와 대통령 당선 이후 2년 반 동안 이야기가 담겼다.
오바마는 책에서 스스로가 '될성부른 떡잎'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10대 때는 "게을렀고, 열성적으로 파티에 몰두"하는 학생이었고 머릿속은 "스포츠, 여자, 음악, 진탕 취할 계획"으로 가득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에게는 열성적인 어머니가 있었다. 경제적으로 쪼들렸지만 모친은 아들을 하와이 최고 사립고에 보낼 정도로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방황하던 시절, 또 다른 피난처는 책이었다. 어느 날 책 담은 상자를 들고 가는 오바마를 보며 외할아버지가 "도서관을 열 작정이냐?"고 말할 정도로 그는 책에 탐닉했다.
"나의 지식에는 체계가 없었다. 운율도 패턴도 없었다. 이걸로 뭘 할지는 몰랐지만 내 소명의 성격을 알아내는 날엔 쓸모가 있을 거라 확신했다."
육아, 선거 출마 문제로 아내와 갈등을 빚는 대목은 한 가정의 아버지, 남편으로서의 면모를 엿보게 한다. 아내 미셸 오바마는 첫딸의 육아를 혼자 하는 데 대해 불만이 많았고 오바마는 이 때문에 "대개 둘 다 녹초가 된 늦은 밤에 싸웠다"고 회고했다.
오바마가 연방상원의원에 도전할 때도 미셸은 거세게 반대했다.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다.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는 미셸이 그를 한참 동안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에게는 메워야 할 구멍이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속도를 늦추지 못하는 거야."
2008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부터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건들의 뒷이야기를 전한다. 내각을 꾸리고, 세계 금융위기로 씨름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심중을 떠보고, 불가능하게 보였던 '오바마 케어'를 통과시키는 과정을 면밀히 보여준다.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장면에서는 긴장감마저 감돈다.
인물평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바마는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에 대해선 "늘 다정하고 매사에 거리낌이 없었으며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모조리 털어놓았다. 매력적인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업무 이외에 개인적 삶을 드러내지 않았고 활기는 없었지만 정직하고, 직설적이며 못 말릴 정도로 긍정적"이라고 소개했다.
책은 전 세계적으로 600만 부 가까이 팔렸다. 이는 앞선 그의 회고록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1995년·330만 부)', '담대한 희망(2006년·420만 부)'을 뛰어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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