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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한복판 ‘쥴리 벽화’ 논란 가열... “표현의 자유” VS “음해·여성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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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한복판 ‘쥴리 벽화’ 논란 가열... “표현의 자유” VS “음해·여성혐오”

입력
2021.07.29 17:30
수정
2021.07.29 22:01
8면
0 0

2주 전 중고서점 주인이 건물에 벽화 설치
보수 진영, 차량으로 벽화 가리며 항의 시위
야권 맹비난… 서점주인 "정치 무관 풍자일 뿐"

28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골목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뉴시스

28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골목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서울 종로구 중고서점 벽화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벽화 제작·설치를 주도한 중고서점 대표 측은 "정치적 의도가 없는 풍자"라는 입장인 반면, 정치권 등에선 '여성 혐오' '인격 살인'을 지적하는 반론이 나온다. 보수 성향 시민들이 차량으로 벽화를 가리고 비난 시위를 하자 반대편 시민들이 맞불 시위를 하면서 물리적 충돌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서점 외벽에 대형 '쥴리 벽화'

29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해당 벽화는 2주 전쯤 종로구 관철동의 중고서점 외벽에 설치됐다. 가로 20m, 세로 2.2m 크기의 철판에 그림 6점이 나란히 그려진 구성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그림은 오른쪽 2점이다. 맨 오른쪽 그림은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 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라고 적혔고, 바로 옆 그림에는 여성 얼굴 옆에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라는 글귀가 적혔다.

쥴리는 이른바 '윤석열 X 파일' 등 미확인 의혹에서 김씨가 유흥업소에서 일할 때 사용한 예명으로 언급된다. 김씨와 윤 전 총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그려진 윤석열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보수 성향 단체 회원들이 차량으로 벽화를 가리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그려진 윤석열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보수 성향 단체 회원들이 차량으로 벽화를 가리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벽화 가리려 '차벽' 세운 보수 진영

서점의 실소유주이자 건물주인 A씨는 자신이 벽화 설치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주변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호주 멜버른 벽화거리에 있는 그림을 50장쯤 골라 화가에게 주고 제작을 의뢰했다"며 "벽화 두 점에 '쥴리'를 넣은 것은 그저 풍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건희씨 측 해명에 대한 의구심을 표현하려는 의도라는 주장이다.

이날 보수 성향 유튜버들과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은 대형 트럭 3대로 벽화를 가려놓았다. 트럭이 세워진 곳이 골목길이라 옆 건물 주차장에서 "영업에 지장 받는다"고 항의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지만, 주차장 진출입 차량이 있을 때 트럭을 잠시 이동하는 걸로 양측이 협의하면서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들은 벽화 설치를 비난하는 시위도 진행했다. 윤 전 총장의 팬클럽 '열지대' 대표 김상진(53)씨는 “선거를 앞두고 네거티브 공격은 항상 있어 왔지만 이번에는 선을 넘었다”며 “저질이고 추잡스럽다”고 말했다. 한 남성은 취재진과 시민이 벽화 사진을 촬영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현장엔 진보 유튜버도 있었다. 그는 한 언론에 "대선 주자들은 국민들로부터 검증받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서점 직원은 "그림이 설치된 초반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어제(28일) 언론에 거론되면서부터 (서점 주변이) 많이 시끄러워졌고, 항의 전화로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검증 아닌 음해" "여성혐오" 지탄도

벽화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야권은 벽화의 정치적 의도나 선정성을 문제 삼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그런 벽화는 후보자 검증이 아니라 조롱 또는 음해 행위"라면서 '성숙한 시민문화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된다"고 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성혐오적 흑색선전"이라고 지탄했다.

A씨는 "나는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아니고 열심히 사업하는 사람"이라며 "그 정도 표현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이상하게 정치 쪽으로 변색을 시킨다"고 항변했다.

그는 벽화 철거 계획이 없다고 했다가 이후 본보에 연락해 "내일(30일) 문제가 된 문구는 모두 지우겠다"고 했다. 대신 31일 '통곡의 벽'이라는 이름으로 누구나 와서 자기 의견을 적을 수 있는 현수막을 걸 계획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국민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만큼 벽화를 스스로 내려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김건희씨에 대해 '유흥접대부' '불륜설'을 제기한 4개 매체 10명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박은경 기자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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