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결함 22시간 지연'에도 法 "배상책임 없다" 판단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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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결함 22시간 지연'에도 法 "배상책임 없다" 판단한 이유

입력
2021.07.29 11:35
수정
2021.07.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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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72명 "1인당 90만 원 배상" 소송 제기
법원 "사전 점검 등 노력에도 불가피 결함"
이륙 지연 배상으로 8,400만 원 쓴 점 감안

대한항공.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018년 10월 19일 오후 8시 30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인천행 비행기를 타려고 기다리던 승객 350명은 게이트 앞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미 예정된 탑승 시각보다 5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항공기 이륙 30분 전 기체 점검을 하던 도중, 조종실 창문 온도를 제어하는 컴퓨터 장치에 ‘경고 메시지’가 뜨면서 항공사에선 이륙을 미루기로 했다.

승객들은 결국 하루를 독일에서 더 묵고 이튿날인 20일 오후 5시 10분에야 출발해야 했다. 당연히 한국엔 21일 오전 10시 30분, 원래보다 21시간 30분가량이나 늦어진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후 승객 72명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1인당 90만 원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항공기 지연으로 인해 결근이나 업무 지장 등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항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한항공이 사전 정비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고, 후속 조치에도 힘썼지만 결함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했기에 책임을 항공사에 물게 할 순 없다는 취지였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46단독 박강민 판사는 “대한항공은 미국 항공기 제작사 C사가 제공한 정비 안내서에 따라 정비 해왔는데, 문제의 장치는 내부 결함을 자체 점검하도록 설계돼 애초 별도의 정비대상으로 지정돼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부품은 평소 봉인돼있어, 항공사가 아닌 제조사만 내부를 열어 점검할 수 있게 돼있기도 했다. 대한항공 정비팀으로서는 손쓸 방도가 많지 않았단 얘기다.

실제 정비팀은 '경고 메시지'가 뜬 이후 △항공기 전체 전원 재부팅 △해당 장치 위치를 바꿔 재설치 △현지에서 새 부품 공수 노력 등 다양한 시도들을 했지만, 정해진 시간에 이륙하는데 실패했다. 대한항공은 결국 탑승객 안전을 위해 출발 시간을 다음 날로 옮기고, 대신 승객들에게 호텔숙박비·교통비·식비·전자우대할인권 등 약 8,400만 원을 들여 일부 배상을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대한항공의 면책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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