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죽음을 찾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응당 국가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전쟁 중 우리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희생된 국민을 오랫동안 밝혀내지 못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 국무총리로서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8일 제71회 노근리 사건 희생자 추모식 영상 추도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1950년 7월 미군이 충북 영동군 노근리 철교 밑에서 한국인 수백 명을 사살한 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사과'다. 노근리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공식 확인된 인원은 150명이고 행방불명은 13명, 부상자도 63명에 이른다. 1994년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정부가 사과한 적은 없었다.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한국 정부가 먼저 사과를 한다면 미국의 진정한 반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01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노근리 사건에 대한 성명서를 통해 '깊은 유감(deeply regret)'을 표했지만, 사과로 보기는 어려웠다. 이에 평소 노근리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던 김 총리가 나선 셈이다.
노근리 사건 추모식에 정부의 예산 지원이 결정된 것도 김 총리가 행정안전부 장관 재직 시절이었다. 김 총리는 2018년 언론 인터뷰에서 노근리 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희생자 명예를 회복하고 추모하는 사업을 하는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을 "행안부 업무 중 가장 뜻깊고 보람 있는 것"이라고 꼽은 적이 있다.
정부의 '첫 사과'로 노근리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근리 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을 위해 마련된 특별법이 2004년 3월 제정됐지만, 보상금 지급 등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말 △보상금 지급 규정 신설 △노근리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현재 기획재정부가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용역이 끝나면 배상·보상을 본격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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