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최대 5배까지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해 야당과 언론단체들은 28일 강하게 반발했다. '권력 비판 약화' '언론 자유 위축' 등의 우려에도 민주당은 향후 입법 절차를 서두를 방침이다.
이준석 "노무현 정신에 어긋나", 정의당 "언론 자유 훼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대통령은 다수의 인터넷 언론사나 신규 언론사를 설립하고 선택은 국민이 한다는 취지로 언론 다양성을 추구하는 정책을 폈다"며 "노무현 정부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경직된 언론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집권세력에 불리한 기사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선출직 정치인, 대기업 등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면서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한 언론의 기능과 역할이 위축되고 제한될 수 있다"며 "보통시민들을 위한 언론 개혁이 되어야지, 집권여당에 최적화된 언론개혁을 추진한다면 언론의 자유는 훼손되고 시민의 알 권리는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상임위(문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 처리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문체위 소속 최형두 의원 등 국민의힘은 "민주당 대안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강행 처리한 법안심사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범여권은 문체위 전체회의 구성상 16명의 위원 중 민주당 8명, 열린민주당 1명 등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의석수를 앞세워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기울어진 언론지형' 내세워 밀어붙이는 與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배경에는 '기울어진 언론지형'을 바로잡겠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집권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법안 내용에서도 악의나 왜곡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하고, 고의·중과실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아니라 언론사에 둔 것은 민법 체계와 충돌한다.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료, 대기업 등에 대한 보도에서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나 '보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것을 인식한 경우'에는 언론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것은 언론의 권력 비판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손해배상을 징벌적으로 하겠다면서 입증 책임까지 언론사에 넘기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보상금을 받고자 사소한 트집을 잡아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남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5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민주적 악법"이라며 "향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및 정부 정책의 비판·의혹 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시도로 간주한다"며 민주당에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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