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달 낮 최고 35도 이상은 단 하루
"선선한 동풍 탓… 서쪽은 푄 현상에 폭염"
중북부 무더위에 고춧값은 예상 깨고 급등
여름이면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리던 대구이지만 올해는 '폭염 도시' 타이틀을 반납해야 할 판이다. 전국적 무더위로 서울도 매일같이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고 있지만, 대구는 해만 떨어지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 모처럼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대구에서 열대야(오전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있었던 날은 하루(14일)뿐이다. 최장 장마 기간으로 유례없이 선선했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역대급 더위로 평가받는 2018년 7월 대구의 열대야 일수는 17일에 달했다.
이달 대구 낮 최고기온도 14일 35.3도를 찍은 것을 제외하면 35도를 넘긴 적이 없다. 회사원 박모(45)씨는 "예년엔 7월 초 장마가 끝나면 열대야가 시작되고 7월 하순엔 (낮 최고기온이) 36도 이하면 '시원하다'고 했다"며 "올해는 '대프리카' 체면을 다 구겼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대구의 '이상기온'은 다른 지역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서울은 이날 오전 최저기온이 27.1도를 기록하는 등 이달 들어 벌써 13일째 열대야를 겪었다. 서울의 7월 열대야 일수가 2017년 10일, 2018년 12일, 2019년 6일, 지난해 0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무더운 날씨다. '최고 35도 이상'인 날도 8일이나 된다. 지난 15일 35.2도를 찍은 뒤 잠시 주춤하다가 21일부터 연일 35도를 넘었고 24일엔 36.5도까지 치솟았다.
이런 현상은 한여름 우리나라를 고온다습하게 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치가 예년과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성묵 기상청 예보분석팀장은 "북태평양 고기압은 보통 남쪽에 위치하면서 대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기단이 동쪽에 자리잡아 동풍이 많이 부는 바람에, 바닷바람 영향을 받는 대구와 강원 영동이 비교적 덜 덥다"고 설명했다. 반면 바람이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넘으면서 고온 건조해지는 푄 현상에 따라 서울 등 서쪽 지역은 무더위를 겪고 있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대구는 당분간 계속 선선할 전망이다. 조영애 대구지방기상청 예보과 주무관은 “(열흘간의) 중기 예보상 대구 지역은 당분간 지금 수준의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역 특성상 열대야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온열 질환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바뀐 기후에 채소가격도 출렁
예년과 달리 중북부 지역으로 옮겨간 무더위는 채소 시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추, 상추 등 엽채류는 물론이고 올해 폭락이 예상됐던 고추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고추 재배 농민들에 따르면 이달 초만 해도 고추 시세가 약세를 면치 못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긴 장마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고춧값이 폭등하자 재배면적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달 초까지만 해도 작황이 어느 해보다 좋아 과잉생산 우려는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이달 중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짧은 장마 이후 폭염으로 관수 시설이 없는 지역은 심한 가뭄이 들었고, 강한 햇볕에 품질 좋은 상품이 적어지면서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이다. 당초 10㎏ 한 상자에 4만 원으로 예상됐던 노지 홍고추 상품의 경우 최근 농협 경매에서 5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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