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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장은 왜 네모나야 할까?

입력
2021.07.28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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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학교 운동장은 왜 네모난 대운동장이어야 할까? 최근 교육시설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 한 건축가의 개인 SNS에 올라온 질문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클라이언트로부터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한 생활놀이공간 설계를 의뢰받고 해당 학교에 적용할 계획을 세우던 중 넓은 운동장을 평소 아이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꾸며보자는 콘셉트를 세운 것이었다. 등하굣길이나 쉬는 시간, 운동장 공간을 다양한 공간 체험이 가능한 디자인으로 적용하면 아이들에게 아주 유익한 공간 체험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건축가의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학교클라이언트의 반응은 냉담했다. 운동장은 그냥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운동장은 그냥 두고 한 구석에 어딘가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었다.

나의 기억 속에 운동장은 매주 월요일 아침 줄을 서서 조회를 하던 공간이었고 10분이라는 짧은 휴게 시간 공놀이를 하기 바빴던 기억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주말이면 동네 아저씨들이 조기축구를 하던 공간이었다. 그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은 비어있는 땅이었다. 어떤 운동놀이는 위험하다며 통제를 받아야 하고 행사라도 있으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기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기 일쑤였다.

교육을 위한 공간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배우기 위한 공간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과거 7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콩나물 교실이라고 불리던 학교에서 2부제로 수업을 듣던 시절과 지금은 너무도 달라져 있다. 가까운 일본의 교육시설을 보면 학교 공간이 폭넓게 구성되어 있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커뮤니티 공간이 넓게 확보되어 있는 점이다. 복도가 상대적으로 넓고 교실 앞쪽은 항상 소통과 나눔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아이들은 개인 발표 자료들을 그곳에 전시하고 서로 나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운영시스템인데 아이들은 자치적으로 공동체 훈련을 초등학교 때부터 수행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체계는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었다. 적어도 12년이라는 초기 교육과정에 이곳 아이들은 공동체 커뮤니티를 위한 충분한 훈련을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교육시설공간이 어떻게 아이들 교육의 흐름에 작용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실례라고 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하여 일주일의 대부분을 빈 땅으로 남겨져 있는 운동장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서 출발한 것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짐작건대 관습적으로 남아있는 그래야 한다는 습성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현상은 사실 다른 교육 관련 건축과정에서도 발견된다.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 신재료를 공간에 적용하려는 건축가의 시도가 비전문적인 행정 담당자의 거부로 무산되는 경우도 들어본 것 같다. 이유는 단순하다. 다른 현장에서도 늘 쓰던 재료를 그냥 썼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런 결정과정에서 사실 실제 건축주인 아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간문화의 변화를 위해서는 사실 해당 전문가의 식견과 이를 결정해주는 행정 그리고 실제 사용자가 될 아이들과 이를 보호하는 학부모의 공감대가 함께 형성되어야 한다. 적어도 어떤 고정관념이 행정 편리가 되어서는 백 년의 꿈이라는 교육 현장의 긍정적 변화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김대석 건축출판사 상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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