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과잉의 시대… 재활용의 새 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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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 과잉의 시대… 재활용의 새 장이 열린다

입력
2021.07.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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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오루로(Oruro) 인근 우루우루 호수로 유입되는 타가릿 강에 플라스틱 병과 쓰레기가 떠다니고 있다. 오루로=AP 연합뉴스

현대차·기아의 새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의 공통점은 크게 2가지다. 내연기관 엔진 대신 배터리를, 내장재로 재활용 플라스틱을 각각 채용했다는 점이다. 두 차량엔 투명 페트병을 재가공한 원사로 만든 시트와 바닥 매트 등이 적용됐다. 기아 EV6엔 한 대당 500ml 페트병 75개 분량의 재활용 소재가 쓰인다.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러브콜은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다. 파타고니아, H&M, 자라, 아디다스 등의 글로벌 의류 브랜드들은 2025~30년 자사에서 판매하는 모든 의류의 소재를 지속가능한 재료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스타벅스, 이케아 등도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늘리는 데 동참하고 있다. 소니는 2050년까지 자사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100% 재생원료로 교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를 지나 현대사회를 '플라스틱 시대'로 명명한다면, 이제 플라스틱 시대는 구석기·신석기가 나눠지듯 재활용 플라스틱이 이끄는 제2장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투명 페트병을 재가공한 원사로 제조한 시트와 발매트 등이 적용된 현대차 아이오닉5의 내부 모습. 현대차 제공


70년간 231배 성장한 플라스틱,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다

인류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한 것은 1950년대부터다. 1930~50년 현재 5대 플라스틱으로 불리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스틸렌(PS), 아크릴로나이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ABS) 등이 개발, 생산되면서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가공하기 쉽고, 녹슬거나 부패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산업계에 널리 확산됐다.

문제는 과잉 생산에 있었다. 1950년 200만 톤 수준이던 플라스틱 생산량은 2020년 4억6,000만 톤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70년 동안 플라스틱 생산량이 무려 231배나 증가한 것이다. 게다가 플라스틱 폐기물의 피해는 고스란히 인류에 되돌아오고 있다. 수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은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 생물의 먹이가 되고 이를 사람이 다시 먹기 때문이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 한 사람이 일주일 동안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약 2,000개로 신용카드 1장(5g)에 달한다. 한 달이면 칫솔 1개(21g), 10년이면 구명 튜브 1개(2.5kg)에 해당하는 양이다.


기계적 재활용을 넘어 화학적 재활용으로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어드벤시스에 따르면 1950~2015년 총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 톤에 이른다. 이 중 현재 사용 중인 플라스틱은 25억 톤, 플라스틱 폐기물은 58억 톤이다. 폐기물 58억 톤 중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불과 5억 톤에 그친다. 비율로 따지면 8.6%. 우리가 열심히 분리수거를 해 온 시간들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하지만 2020년에 버려진 플라스틱에 한해서는 재활용 비율이 23%까지 늘어났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순환경제 도입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고, 폐플라스틱의 집결지였던 중국마저 2018년부터 수질오염 등을 이유로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를 단행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이 가속화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포장 폐기물의 70% 재활용 목표를 제시했고, 미국도 주 정부 차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2030년까지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3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의 플라스틱 재활용은 기계적 재활용이 대세였다. 폐플라스틱을 잘게 분쇄하고 세척, 선별, 혼합 과정을 거쳐 재생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계적 재활용의 한계는 분명하다. 화석 연료를 이용해 최초로 생산된 플라스틱에 비해 품질이 낮아져 무한히 재활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플라스틱의 화학적 구조 변화 없이 물리적 형태만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화학제품이 혼합된 플라스틱, 또는 오염된 폐플라스틱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화학적 재활용은 이 같은 기계적 재활용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학적 재활용은 수백~수만 개의 분자들이 모여 구성된 고분자 물질인 플라스틱을 화학적 반응을 통해 기존의 원료인 단량체 형태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폐플라스틱이 다시 원료로 재탄생하기 때문에 품질 면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원료 물질을 들어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플라스틱을 다시 원료로 만드는 해중합과 열분해 기술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해중합은 고분자 물질이 형성되는 과정인 중합과정을 역행해 단량체로 만드는 기술이다. 재활용을 거친 플라스틱의 물성이 처음 만들어진 플라스틱과 유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원료가 되는 폐플라스틱이 동일한 성분이어야 하기 때문에 해중합 방식으로 화학적 재활용을 할 수 있는 제품은 페트, 폴리우레탄 등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해중합은 주로 폐페트병의 재활용에 쓰일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30만 톤의 폐페트병을 해중합 처리하면 24만 톤의 원료를 얻을 수 있으며, 이 중 의류, 페트병 생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상급 원료는 8만 톤 수준이다. 오염된 성분이 포함된 나머지 16만 톤은 솜이나 노끈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열분해 기술이다. 현재 화학적 재활용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산소가 없는 반응기에 넣고 반응기 밖에서 열을 가해 분해하는 기술이다. 반응기 안에 산소가 없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타지는 않으며, 대신 가스, 오일, 기타 잔류물로 분해된다. 해중합 기술로 처리할 수 없었던 PE, PP와 같은 제품의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성분이 섞여 균일하지 않은 플라스틱에서 납사 등 플라스틱의 원료 물질을 뽑아낼 수 있다.

플라스틱의 남용에 따른 폐해가 많다고는 하지만 지구에서 퇴출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딱딱한 물성의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합성 섬유, 비닐, 스티로폼 등을 아우른 넓은 의미의 플라스틱이 한순간에 우리 삶에서 사라진다는 건 불가능하다. 인류는 늘 그랬듯 기술에서 답을 찾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 재활용은 기술보다 중요한 게 수집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학 회사들은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을 위해 원료가 되는 폐플라스틱을 일본, 대만, 태국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하는 게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라고 전했다. 우리가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은 후에도 설거지를 한 뒤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 이유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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