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짓밟힌 '천민 여성'의 전복... 전지현 '야만의 세상'을 쏘다

알림

짓밟힌 '천민 여성'의 전복... 전지현 '야만의 세상'을 쏘다

입력
2021.07.29 04:30
수정
2021.07.29 10:53
22면
0 0

'도쿄올림픽 개막식' 제친 화제성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 뚜껑 열어보니

배우 전지현은 "'킹덤'은 좀비 장르물이라기보다도 '킹덤'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며 "'킹덤'에 좀비로라도 출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2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킹덤: 아신전' 속 아신(전지현)이 활을 쏘는 모습. 넷플릭스 제공

배우 전지현은 "'킹덤'은 좀비 장르물이라기보다도 '킹덤'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며 "'킹덤'에 좀비로라도 출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2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킹덤: 아신전' 속 아신(전지현)이 활을 쏘는 모습. 넷플릭스 제공

지난 23일 '불타던' 금요일,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보다 온라인을 후끈 달군 키워드는 따로 있었다. 전지현 주연의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은 '올림픽 개막식'(3위)을 제치고 구글에서 당일 이슈 검색 2위를 차지했다.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이 지난 2년 동안 '조선 좀비'를 소재로 과감한 이야기와 영상미를 단층처럼 쌓은 뒤, 그 '장작'에 시즌2(2020) 말미 깜짝 등장시킨 전지현을 '땔감'으로 네티즌 호기심에 불을 댕긴 게 주효했다. 그렇게 불이 붙은 '아신전'의 화력은 거셌다. 넷플릭스 서비스가 제공되는 미국 등 81개국 데이터를 모으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3일 공개된 '아신전'은 넷플릭스의 모든 영화 중 27일 기준 시청 순위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23일 포털사이트 구글의 이슈 순위. 2위에 넷플릭스가 이날 공개한 '킹덤: 아신전'이 올라 있다. 구글 캡처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23일 포털사이트 구글의 이슈 순위. 2위에 넷플릭스가 이날 공개한 '킹덤: 아신전'이 올라 있다. 구글 캡처


전지현 주연의 '킹덤: 아신전'이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중 27일 기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본 작품에 올라 있다. 플릭스패트롤 캡처

전지현 주연의 '킹덤: 아신전'이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중 27일 기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본 작품에 올라 있다. 플릭스패트롤 캡처


배우 전지현이 '킹덤: 아신전' 촬영장에서 김성훈 감독과 촬영 콘티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전지현이 '킹덤: 아신전' 촬영장에서 김성훈 감독과 촬영 콘티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약자 혐오, 야만성에 겨눈 화살

'아신전'의 무대는 조선 시대 북방 국경지대다. 여진족을 막기 위해 압록강 상류에 진을 쳤다는 폐사군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약 100년 동안 사람 출입이 금지됐다는 이곳의 음습한 숲엔 사람들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다. '아신전'은 이 금기의 땅에서 핀 생사초와 번호부락에서 나고 자란 아신(전지현)의 성장기를 다뤄 조선을 뒤덮은 비극의 시작을 쫓는다.

시종일관 분위기는 어둡고 때론 기괴하다.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평화로운 들판에서조차도 긴장감이 감돈다"(미국 포브스). '좀비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란 '킹덤'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더 날카로워졌다. 시즌2 공개 후 많은 사람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아신전'은 영웅 영화가 아니다. 아신은 조선에도 여진에도 속하지 못하는 '성저야인' 출신이다.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계인들은 늘 혐오받고, 그곳을 탈출한 여성(아신)은 또 다른 세계의 남성들에게 처절하게 짓밟힌다.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에서 군사들이 호랑이를 쫒고 있는 모습. 넷플릭스 제공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에서 군사들이 호랑이를 쫒고 있는 모습. 넷플릭스 제공

재앙의 씨앗인 생사초 그리고 아신이 쏘는 화살의 표적은 명확하다. 약자를 차별하는 세상에 만연한 야만성이다. 난민과 여성에 대한 혐오는 이 시대 살아 있는 폭력이기도 하다. 늘 얼굴에 붉은 상처가 아물지 않는 아신은 인간성 상실의 맨얼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극의 공포는 시대의 죄책감을 연료로 굴러간다. 그렇게 '아신전'은 '킹덤' 시즌1~2보다 현재성을 얻고, 조선에 갇힌 지역성을 뛰어넘어 세계관을 넓힌다. 이방인(아신)이 된 한류스타(전지현)와 극 중 '하찮은 난민이자 계집'의 전복이란 설정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김은희 작가는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의 희생으로, 역설적으로 모든 인간에게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인간성 회복을 다룰 시즌3를 위한 디딤돌로 꼭 아신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아신전'은 총 93분. 전지현이 늦게 등장해 처음 볼 땐 '아신전'의 시간이 다소 더디게 흐르지만, 두 번째 다시 볼 땐 '밑바닥 여성'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더욱 돋을새김 된다. 김성훈 감독은 "전지현은 현장에선 참 털털한 배우"라며 "제주에서 경사진 나무를 타기 위해 와이어(줄)를 달고 촬영하던 장면에서 처음 만났는데 아우라가 남달라 놀랐다"며 촬영 뒷얘기를 들려줬다. 영화 '우리집'(2019)에서 자주 이사를 하는 게 불만인 초등학생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김시아는 독을 품은 연기로 극 중 전지현의 '인생 1권(아역)'을 야무지게 채웠다.

'킹덤: 아신전'에서 '파저위' 여진족이 마을을 기습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킹덤: 아신전'에서 '파저위' 여진족이 마을을 기습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침엽수림이 강조한 계급성, '우데기'서 시작된 가옥

'아신전'은 전작과 달리 지배자들이 아닌 하층민의 서사다. 김 작가는 "'킹덤' 시즌 1~2에선 왕세자 이창(주지훈)과 영의정 조학주(류승룡) 등 지배계층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이젠 이창도 세자에서 물러나 반역자로 몰린 만큼 의녀 서비(배두나) 같은 피지배계층의 변화를 써보고 싶었다"고 했다. 극에선 하늘로 우뚝 솟은 침엽수림이 자주 등장하고, 그 수직의 구도가 계급성을 꾸준히 환기한다. 극 중 금기의 숲 촬영지는 제주 삼나무숲이다. 아신은 극 후반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흙먼지 날리는 광활한 벌판에 홀로 서서 화살을 쏜다. 짓밟힌 이방인이 보이지 않는 공존의 세상을 꿈꾸며 쏘아 올린 화살이다. 이후경 미술감독은 "극중 배경인 압록강 인근에 자생하는 식물이 침엽수가 많은 만큼 침엽수림을 찾기 위해 장소 섭외를 정말 많이 했고, 벌판 촬영은 새만금 간척지에서 찍었다"며 "북방 마을의 가옥 형태는 울릉도의 비바람을 피하기 위한 우데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고, 유목민의 의상 제작 등은 박물관 자료나 몽골어 조언을 해주던 분들을 통해 도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킹덤: 아신전'에서 어린 아신(김시아)이 생사초를 뜯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킹덤: 아신전'에서 어린 아신(김시아)이 생사초를 뜯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킹덤: 아신전'에서 호랑이와 싸우는 여진족. 컴퓨터그래픽 작업으로 후반 작업이 이뤄졌다. 넷플릭스 제공

'킹덤: 아신전'에서 호랑이와 싸우는 여진족. 컴퓨터그래픽 작업으로 후반 작업이 이뤄졌다. 넷플릭스 제공


생사초는 '유럽산 생화'·최고 몸값 '호랑이'

'킹덤'의 생사역(生死疫) 즉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사람은 보랏빛의 생사초로 인한 역변이다. 풀은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닌 실존의 야생초다. 캄파눌라종으로 촬영 당시 국내에서 수급이 안 돼 유럽에서 들여왔다. 풀잎 아래에 붙은 벌레 알은 CG다.

'아신전'은 이색적 풍광과 함께 볼거리가 많다. 극 초반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단연 호랑이다. '아신전' 제작 관계자는 "극 중 몸값이 가장 비싼 귀한 CG 호랑이"라며 웃었다. 다른 영화 '대호'(2015)에선 주인공인 호랑이 CG에 억대의 제작비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에서 벌판에 서 있는 아신(전지현).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에서 벌판에 서 있는 아신(전지현). 넷플릭스 제공


양승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