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이메일, 인스턴트 메신저 등 디지털 통신수단이 발전한 요즘에도 팩스 사용을 고수하는 일본의 사무실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지난 6월 고노 다로 행정개혁장관이 일본 정부 중앙부처에서 팩스를 퇴출시키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무려 400건에 이르는 반론이 전해져 뿌리 깊은 ‘팩스 문화’가 다시금 부각됐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7일 보도했다.
고노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감염 확대 방지와 행정 디지털화 진전을 위해 ‘행정수속 날인 폐지’ 정책을 추진, 상당히 성과를 거뒀다.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 관공서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 거의 모든 서류에 도장을 찍어야 했지만,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80~90%의 수속에서 날인 의무를 폐지한 것이다.
그다음 목표가 ‘팩스 폐지’였다. 지난 6월 내각 관방은 재해 등으로 인해 통신이 두절된 경우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정부 부처에서 팩스 사용을 원칙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히고, 그렇지 않은 경우 이유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고노 장관도 “타성에 젖어 팩스를 사용하지 말고 이메일로 바꿔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각 부서에서 400건에 이르는 반론이 쏟아졌다. 내용은 “이메일은 사이버 공격에 의한 정보 유출의 염려가 있다” “지방기관에서는 통신 환경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 등이었다. 국회의원실에서 팩스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부처에서만 팩스를 폐지해 봤자 의원실에서 팩스를 고집하니 소용없다”는 것이다. 고노 장관은 이달 들어 중·참의원 운영위원회에 협력을 의뢰했지만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에선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에는 보안상 문제가 있다는 의식이 있어 정관계뿐 아니라 의료기관 등에서도 팩스 사용이 일반화돼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에도 의료기관이 보건소에 팩스로 감염자 수를 보고하는 시스템이라 집계 속도가 느리고 정확성도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후 5월부터 의료기관이 직접 입력하는 시스템이 뒤늦게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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