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지 '노점 영업 금지'에도 장사한 노인?
단속 경찰이 400원짜리 장난감을 8만원에 구매?
거동 불편한 노인 위해 자전거까지 사 줘?
인도네시아 '세계기부지수' 전 세계 1위
경찰관: "하나 사려는데 얼마죠?"
할아버지: "5,000루피아(약 400원)입니다."
경찰관: "그럼, 5개 살게요. 봉지에 넣어주세요. 얼마죠?"
할아버지: "2만5,000루피아죠."
언뜻 평범한 흥정이다. 그러나 이후 대화에서 할아버지는 경찰관에게 큰절을 하고 감격에 겨워 울어버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노점 행위가 금지된 상황에서 단속 경찰과 불법 노점 노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인도네시아 국민에게 감동을 안긴 이야기는 이렇다.
이달 들어 인도네시아는 행상 금지, 대형 쇼핑몰 영업 금지, 재택근무 등을 담은 긴급 공동체활동제한조치(PPKM)를 시행하고 있다. 12일 75세 노인이 길에서 장난감을 팔다가 경찰의 기습 단속에 걸렸다. 그리고 앞서 대화가 시작됐다. 푸르노모 2등준위(경력이 많은 경위에 해당)는 노인에게 물건값을 확인하더니 지갑에서 지폐를 꺼냈다. 물건값보다 200배 많은 500만 루피아(약 40만 원)였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돈을 받은 노인은 연거푸 "신은 위대하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푸르노모 2등준위에게 큰절을 했다.
푸르노모 2등준위는 노인을 일으켜 세운 뒤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물었다. "PPKM 기간에는 장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이 돈이면 충분할까요?" 노인은 "그렇다, 행복하다"고 답했다. 올해 수도 자카르타 최저임금이 월 34만4,000원, 장난감 하나를 팔아서 남는 돈이 200원인 걸 감안하면 이날 노인은 '운수 좋은 날'을 맞이한 셈이다. 푸르노모 2등준위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자전거를 사 주고 식사도 대접했다. 그러면서 다시 강조했다. "PPKM 기간에는 장사하면 안 됩니다."
두 사람의 사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면서 수만 명을 흐뭇하게 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한 제한 조치가 빈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던 차였다. 네티즌들은 "나눔을 실천한 경찰관에게 축복이 있기를" "단속이 아닌 지원이 바로 해결책이다" 등의 글을 남겼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초 25일까지던 PPKM을 다음 달 2일까지 연장했으나 생계형 노점은 허용했다. 인도네시아는 영국 자선지원재단이 발표한 '세계기부지수'에서 2018년에 이어 올해도 가장 잘 베푸는 나라로 선정된 바 있다. 사람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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