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m 넘던 서부 자연호수 수위 11m로
연어 떼죽음으로 어민 생계에 치명타
서부 산불로 서울시 면적 10배 잿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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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트웨인에서 대형 산불 '딕시'가 맹렬한 기세로 숲을 태우고 있다. 트웨인=AFP 연합뉴스
폭염, 가뭄, 산불. 미국이 ‘이상기후 삼중고’에 빠졌다. 한 달쯤 전부터 잇달아 찾아온 기후 재난 중 어느 하나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민 터전뿐 아니라 생태계까지 위협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26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미 서부를 강타한 무더위는 이제 중부마저 덮치고 있다. 이날 사우스다코타, 텍사스, 루이지애나 등 중부와 중남부 일부 주(州)에도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CNN방송은 “최소 1,800만 명이 폭염에 노출돼 있다”며 “화씨 100도(섭씨 37.7도) 이상 고온이 동부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뜩이나 심각한 서부 가뭄은 악화일로다. 전미합동화재센터(NIFC)는 이미 이 지역 90% 이상이 공식 가뭄 상태에 놓였다고 밝혔다.
위기는 자연 생태계까지 번졌다. 미시시피강 서쪽 최대 자연호수인 ‘그레이트솔트’가 대표적이다. 최근 이 호수 수위는 196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때 깊이가 30m가 넘었던 호수는 이제 가장 깊은 곳도 11m에 불과하다. 유타주를 덮친 폭염과 가뭄 탓이다.
수백만 마리 새들은 서식지를 잃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가뭄은 물새와 철새들에게도 위기”라며 “물 부족 탓에 조류의 생존과 번식도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을 지나는 클래머스강에서는 치누크 연어 수십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이상기온으로 수온이 급격히 오른 데다 물이 말라 수위가 내려갔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캘리포니아에서만 14억 달러(약 1조6,000억 원)에 달하는 연어 어업 수입으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이 치명타를 입게 됐다”고 설명했다.

5월 미국 유타주 그레이트 솔트 호수 내 앤털로페섬이 수위가 낮아져 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AP 연합뉴스
폭염과 가뭄 탓에 화재 위험도 배가되고 있다. 실제 서부를 덮친 ‘화마(火魔)’는 3주 가까이 잡히지 않고 있다. 6일 오리건주 중남부에서 시작된 초대형 산불 ‘부트레그’를 비롯해 이날까지 서부 13개 주에서 산불이 86번이나 발생했다. 소실된 삼림 면적만 6,070㎢에 달한다. 서울시 면적(605㎢)의 10배가 넘는다. 부트레그는 20일간 1,654㎢를 초토화시켰다. 2,200여 명의 소방관이 투입됐지만 불길의 절반(53%)가량밖에 잡지 못했다. 그사이 2,000명 넘는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등져야 했다.
13일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발생한 산불 ‘딕시’는 이날 다른 산불 ‘플라이’와 합쳐지며 플루머스 국립산림 인근 809㎢를 전부 태웠다. 2주간 5,400여 명의 소방관들이 산불과 사투를 벌였지만 진화율은 22%에 그친다. 불길이 민가까지 번지며 7,800명 이상이 대피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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