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탈당 권고' 조치가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탈당 대상이었던 12명 의원 중 비례대표인 양이원영, 윤미향 의원은 출당됐지만, 나머지 10명은 여전히 민주당 소속이다. "절대 탈당할 수 없다"며 버티는 일부 의원들을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보여주기식' 조치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로 송영길 대표가 '탈당 권고'라는 강수를 둔 지 50일째를 맞는다. 그러나 여전히 탈당을 거부한 의원들에 대한 징계나 강제 출당 가능성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김주영·문진석·서영석·윤재갑·임종성 의원은 의혹 제기 직후 탈당계를 제출했음에도 처리되지 않고 있다. 탈당을 거부한 김수흥·김한정·김회재·오영훈·우상호 의원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미뤄온 탓이다. 지도부는 이들에게 '선당후사'를 강조하며 권고 수용을 호소해 왔으나, 이들의 불복 의사에 부딪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초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밝혀진다면 지체 없이 복당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지도부 방침이었다. 그러나 혐의만으로 탈당할 경우 누구도 앞일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거부하는 의원들이 버티는 이유다. 지도부 관계자는 "탈당할 경우 다음 총선 공천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단순 실수 등 깨끗한 무혐의가 아닐 경우 복당 여부마저 미지수"라고 했다.
지도부가 우유부단하게 대응하는 동안 탈당계를 제출했던 서영석 의원은 21일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도부 입장에선 서 의원의 탈당계를 처리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다른 의원들에 대한 경찰 수사도 다음 달 초에는 나올 전망이다. 만약 나머지 의원들도 모두 무혐의 결과가 나온다면 탈당 권고는 '없던 일'이 되는 셈이다.
지도부가 이제 와서 탈당 권고를 거부한 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해 징계를 내리는 것도 '시기를 놓쳤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이들 중 일부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오영훈 의원은 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 김회재 의원은 정세균 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다. 한 의원은 "경선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캠프에서 주요 보직을 맡은 이들을 징계한다면 해당 캠프에서 크게 반발할 수 있다"며 "지도부의 징계는 이미 물 건너 갔다"고 말했다.
탈당 권고는 지도부가 정부·여당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받은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읍참마속 차원에서 결정한 조치였다. 이러한 취지와 달리 지도부가 결국 한발 물러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출당된 비례의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물론 당에 '버티면 살아 남는다'는 잘못된 신호만 주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국민 10명 중 7명이 탈당 권유에 대해 '잘 했다'고 평가했는데, 국민만 보고 직진했어야 한다"며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권익위 조사 결과가 나와도 단호한 조치를 촉구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