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금산사에서 종단장으로 영결식 엄수
불교사회운동에 헌신했던 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 스님의 영결식과 다비식이 26일 오전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서 종단장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은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삼귀의례, 헌다·헌양, 행장소개, 입정, 총무원장 영결사, 종정 법어 순으로 진행됐다.
월주 스님 상좌(제자)이자 장의위원장인 원행 스님은 영결사에서 "오늘 저는 은사이자 한국 불교의 큰 스승이신 태공당 월주 대종사를 적요의 세계로 보내드려야 한다"며 "출가사문으로 생사와 별리의 경계는 마땅히 넘어서야 하겠지만, 스승을 보내드려야 하는 비통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이 대독한 조전에서 "한국 불교와 나라의 큰 어른이신 월주 큰스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다"며 "구도의 삶과 이웃의 고통을 품어주는 이타행의 삶이 다르지 않음을 몸소 보여주신 스님의 입적이 안타깝다"고 추모했다. 이어 "스님께서 말씀하신 동체대비의 마음으로 아프고 힘든 이웃을 보듬고 함께한다면 우리 국민은 코로나의 어려움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며 "큰스님의 정신을 실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법어에서 "대종사께서는 산중불교만이 아닌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이 중생교화를 위해 몸소 사바세계에 뛰어들어 중생과 함께하며 동체대비의 보현행원을 시현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태공당 월주 대종사 각령 전에 법공양을 올리오니 잘 받아 간직하시어 억겁에 매하지 않고 진리의 삼매락을 누리소서"라고 기원했다.
월주 스님이 세우고 20년 이상 이사장을 지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눔의 집' 할머니들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스님의 안식을 바랐다. 안숙선 명창은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조가로 부르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영결식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여야 대선주자와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오우성 교정원장, 손진우 성균관장 등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해 고인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영결식장에 입장하지 못한 스님과 신도들은 불볕더위에도 식장 밖 광장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통해 예식을 지켜봤다.
영결식 후 금산사에서 300여m 떨어진 연화대에서 스님의 법구를 태워 유골을 거두는 불교 전통 장례의식인 다비식이 거행됐다. 스님 영정을 앞세운 긴 장례 행렬이 100여 개의 만장을 들고 연화대까지 행진했다. 연꽃 무늬로 치장된 관은 스님 10여 명의 어깨에 실려 미리 마련된 연화대 내부에 안치됐다. 횃불을 이용해 통나무로 만든 연화대에 불을 붙이자 벌건 불길이 휘감았고, 월주 스님의 87년 여정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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