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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가족 논란, 집단서 개인주의로 이행 못한 한국사회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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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가족 논란, 집단서 개인주의로 이행 못한 한국사회 특징"

입력
2021.07.29 17:00
수정
2021.07.29 19:4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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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버 선집 출간,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
"방대한 베버 체계의 그림 그릴 터"
'근대성'은 개인주의에 기반… 개인주의 함양에 힘쓸 터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막스 베버 선집 출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막스 베버 선집 출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완독자는 100명이 채 안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거기에 오히려 답이 있습니다. 막스 베버를 평생 화두로 삼았으면 읽을 사람이 많든 적든 베버의 방대한 지적 체계를 보여줄 수 있어야죠. 이 책은 사회과학적 사유와 인식을 추구하는 사람을 위한 겁니다.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

최근 총 10권으로 구성된 '막스 베버 선집(選集)' 중 첫 두 권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론'과 '가치자유와 가치판단'을 내놓은 김덕영(63) 독일 카셀대 교수의 말이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는 사회학뿐 아니라 정치학·경제학·역사학·종교학·동양학까지 현대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큰 획을 그었지만 단행본보다는 주로 논문·서평·논평 형태로 저작을 남겼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는 흩어져 있는 베버의 저술을 종합한 54권 분량의 '막스 베버 전집'이 베버 100주기인 지난해 완간됐다. 1984년부터 36년에 걸쳐 이뤄진 작업이다.

김 교수가 책임 번역을 맡은 선집은 이 중 한국 상황에 맞춰 선별한 내용을 담은 10권의 시리즈물이다. 하반기 중 나올 '이해사회학'을 비롯해 '직업으로서의 과학/직업으로서의 정치', '음악사회학', '사회경제사', '종교사회학 1·2·3', '정치사회학'을 향후 10년 내에 번역 출간하는 게 목표다.

20일 만난 김 교수는 이처럼 지난한 작업에 홀로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이번 선집을 통해 베버를 희미한 그림으로나마 그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론사회학이 외면 받고 거시적 안목이 사라져 가는 한국 사회에서 베버라는 체계와 더불어 김덕영이라는 난쟁이 사회학자도 나름의 체계를 세우려 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게오르크 지멜과 막스 베버 연구로 독일의 대학 교수 자격인 하빌리타치온을 취득한 김 교수는 매년 카셀대에서 강의하는 석 달을 빼면 저술과 번역에 매달리며 이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에서 강단에 서는 일은 대학이 아닌 공부 공동체 '사회이론강좌: 나비'를 통해서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 사회가 이론에 인색해 이론 교육이 대학 밖으로 나와 버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이론이 외면받는 국내 현실에 대해 "한국 대학은 A4 10장짜리 논문 공장"이라는 쓴소리를 꾸준히 해 왔다. 학계가 정부 지원에 맞춘 프로젝트성 연구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두툼한 지적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론·가치자유와 가치판단·막스 베버 지음·김덕영 옮김·도서출판 길 발행·850쪽·350쪽·4만5000·3만 원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론·가치자유와 가치판단·막스 베버 지음·김덕영 옮김·도서출판 길 발행·850쪽·350쪽·4만5000·3만 원

따라서 김 교수는 이번 선집 출간처럼 앞으로도 "고리타분하고 곰팡내 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회학자는 세상을 바꾸라고 떠드는 대신 좋은 글을 통해 다양한 문화 자산의 틀을 사회에 제공할 책무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회의 흐름을 해석하는 사회학자로서 한국 사회가 근대화 과정에서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넘어가지 못한 이유를 밝혀 내고 싶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논란이나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처가 논란 등이 가족주의·국가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장애인, 노동자,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논할 때조차 사회의 한 구성 집단으로만 바라볼 뿐 개인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베버 선집 출간과 함께 이루고 싶은 또 다른 목표 중 하나는 "총독국가(일제강점기), 군정국가(미군정기), 마름국가(박정희 정권)"로 이어지는 한국 사회 근대화의 결정적 시기를 다룬 '국가' 3부작 연구다. 김 교수는 "국가는 동양과 서양을 구별해 주는 가장 큰 특징"이라며 "가족, 기업, 대학, 종교, 국가 등 한국의 다양한 분야 중 하나만이라도 꼭 제대로 연구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번역 출간한 막스 베버 선집 1·2권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번역 출간한 막스 베버 선집 1·2권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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