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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속임수, 악마화”… 中, 美 외교 2인자에 훈계 말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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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속임수, 악마화”… 中, 美 외교 2인자에 훈계 말폭탄

입력
2021.07.26 14:05
수정
2021.07.26 14:06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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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셰펑, 美 셔먼과 회담서 분풀이 훈계]
美에 '적', '속임수', '악마'? 원색적 비난 봇물?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여긴 탓 관계 교착"
"경쟁, 협력은 중국 억압하려는 美 속임수"
"美 62만 코로나 사망, 中에 왈가왈부 말라"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6일 회담한 톈진 빈하이 호텔 밖에서 사복 차림의 보안요원들에게 사진을 찍고 있는 취재진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톈진=AP 연합뉴스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6일 회담한 톈진 빈하이 호텔 밖에서 사복 차림의 보안요원들에게 사진을 찍고 있는 취재진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톈진=AP 연합뉴스

중국이 26일 미국을 향해 말폭탄을 쏟아냈다. 적, 속임수, 악마 같은 등 온갖 험악한 표현들이 등장했다. 미 국무부 2인자 웬디 셔먼 부장관을 톈진으로 불러들인 자리에서다. 양국이 10월 대면 정상회의를 목표로 고위급 채널을 다시 가동했지만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셰펑 부부장(차관)은 이날 셔먼 부장관과 회담에서 작심한 듯 “미중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부 미국인들이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은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2차 대전 당시 일본, 냉전시절 소련으로 여긴다”면서 “중국을 악마화해서 국내 정치, 경제, 사회적 불만을 무마하고 미국 내 구조적 모순을 중국 탓으로 돌리려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또 “미국은 잘못된 생각과 위험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을 방문한 최고위급 각료를 상대로 분풀이하듯 융단폭격을 가한 셈이다.

중국과 미국 간 차관급 회담이 열린 톈진 빈하이 호텔의 25일 밤 외관. 톈진=AP 연합뉴스

중국과 미국 간 차관급 회담이 열린 톈진 빈하이 호텔의 25일 밤 외관. 톈진=AP 연합뉴스


셰 부부장은 미국이 강조하는 경쟁, 협력, 대결의 3분법은 “중국을 억압하는 속임수”라며 “대결과 억제가 본질이고 협력은 미봉책, 경쟁은 말의 함정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필요할 경우에만 중국에 협력을 요구하고, 미국이 우위에 서면 공급을 끊고 봉쇄와 제재에 나서면서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온갖 충돌을 불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은 일방적으로 이익을 얻으려 한다”면서 “나쁜 짓을 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 한다면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미국은 악당, 중국은 선의의 피해자라는 뉘앙스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시진핑 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위구르족 공산당원 마이마이디장 우마이얼에게 '7.1 훈장'을 수여하는 방송 화면이 베이징의 한 건물 옥외 전광판에 나오고 있다. 신장위구르족 마을의 공산당 조직 수장으로 테러와 싸운 것이 공훈 사유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시진핑 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위구르족 공산당원 마이마이디장 우마이얼에게 '7.1 훈장'을 수여하는 방송 화면이 베이징의 한 건물 옥외 전광판에 나오고 있다. 신장위구르족 마을의 공산당 조직 수장으로 테러와 싸운 것이 공훈 사유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셰 부부장은 미국의 인권문제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신장위구르 인권탄압 지적에 반박하기 위해서다. 그는 “미국은 과거 원주민을 말살했고 현재는 전염병으로 6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대체 무슨 근거로 전 세계 민주인권 대변인을 자처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중국을 상대로 이래라 저래라 말할 자격이 없다”며 “중국인의 정부에 대한 만족도는 90%를 넘는다”고 강변했다.

이날 회담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언급하기는 했다. 다만 “미국은 반드시 중국과 마주보고 행동해야 한다”면서 “상호존중과 공정한 경쟁, 평화공존으로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손을 내밀면서도 패권주의와 일방주의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나 다름없는 대목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AP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 AP 연합뉴스


중국 전문가들은 회담에 앞서 대미 공세에 가세하며 분위기를 몰아갔다. 나흘 전 미 국무부가 셔먼 부장관 방중 일정에 대해 “왕이 외교부장을 비롯한 중국 관리들을 만날 것”이라고 발표한 내용을 트집 잡았다. 션이 푸단대 교수는 “셔먼 부장관의 회담 상대는 셰펑 부부장”이라며 “왕이 외교부장은 접견하러 톈진에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거들먹거리면서 섣불리 회담을 주도하려 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댜오다밍 런민대 교수는 “미국이 주장하는 가드레일의 경계가 모호하다”면서 “결국 규칙은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고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중국이 미국을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이번 회담이 양국 간 접점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왔다. 니펑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장은 “회담 자체가 양국 관계 정상화의 일환”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고위급 대화가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다웨이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대중 정책 평가를 끝내고 셔먼 부장관을 보낸 만큼 중국과의 교류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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