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순부터 상승세만 이어왔던 TV용 액정화면(LCD) 가격이 1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디스플레이 업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당장 저가 공세로 LCD 시장을 장악했던 중국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일찌감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주력해 온 국내 업계는 '반전의 기회'를 잡았단 분위기다. 그동안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부각됐지만 가격경쟁력에서 밀려왔던 OLED가 가격 조정 과정에서 LCD와 대등한 위치로 수정된 결과로 보인다.
TV용 LCD 가격, 1년 만에 떨어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순부터 오르던 TV용 LCD 패널 가격은 최근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추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인 위츠뷰에 따르면 32인치 TV용 LCD 평균 가격은 지난달 88달러에서 이번 달엔 87달러로 하향조정됐다. 같은 기간 동안 43인치 TV도 138달러에서 137달러로 내렸다. 가격 하락폭이 큰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1년 가까이 오르기만 했던 가격이 변곡점을 찍었단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업계에서도 "이젠 LCD 호황도 거의 저물었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앞서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츠(DSCC)도 "LCD 패널 가격이 6월 또는 7월에 정점을 찍었다"며 올 연말까지 32인치 패널은 고점 대비 23%, 75인치는 6%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5월 32달러였던 32인치 패널 가격이 지난달 88달러까지 배 이상 뛰며 정점을 찍고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TV 수요가 크게 꺾인 데다, TV 제조사들 사이에서 그동안 치솟았던 패널 가격에 대한 저항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패널 가격은 평균 9개월 상승하고 16개월 동안 하락했다"며 "이번엔 10개월째에 상승이 마무리됐는데 시장은 내년까지 LCD 가격이 내려갈 것을 우려한다"고 분석했다.
LCD 시장 장악한 中, 발등에 불
TV용 LCD 가격 하락세에 중국 업체들은 난감한 처지다. 현재 중국 업체의 글로벌 중대형 LCD 시장 점유율은 56%로 국내 업계(15%)를 크게 압도한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한국 업체들을 상대로 저가 공세만 구사해 온 결과다. 최근 LCD 가격이 뛴 것도 TV 수요가 많아진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국 업체들이 치킨게임을 멈춘 영향 또한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이제야 제값을 받고 수익을 내기 시작했는데 LCD 가격이 떨어지면 고민이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CD 접은 韓, OLED 시장서 기회 잡는다
반면 국내 투톱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가격 하락 소식에 내심 반기는 모양새다. 양사는 모두 일찌감치 OLED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서면서 LCD 사업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TV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OLED 채택 비율이 늘고 있는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양사에는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에선 내년 스마트폰에 탑재될 OLED 비중을 올해 43%에서 내년엔 47%로 전망했다.
현재 OLED 시장은 한국이 절대 강자다. 영국에 본사를 둔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의하면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스마트폰 OLED 시장점유율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80.2%로 압도적인 1위를 고수했다. 세계에서 TV용 대형 OLED 패널 생산업체도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LCD 가격을 높인 덕분에 LCD 사업을 정리하려고 했던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 입장에선 덕분에 반사이익을 보면서 OLED 사업에 필요한 투자금을 조달한 셈이 됐다"며 "현재로선 중국 업체들이 OLED 기술 개발에 투자를 쏟아내고 있는 터라 국내 업체로선 기술 초격차 유지가 더 중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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