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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볼거리·메시지…차린 것 많은 소문난 대작 '모가디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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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볼거리·메시지…차린 것 많은 소문난 대작 '모가디슈'

입력
2021.07.26 16:05
수정
2021.07.26 16:5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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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 신작... 28일 개봉

영화 '모가디슈'는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가 된 소말리아를 배경으로 액션과 스릴 등 다종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모가디슈'는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가 된 소말리아를 배경으로 액션과 스릴 등 다종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차림이 화려하다. 배우들 면면부터 도드라진다. 김윤석과 조인성, 허준호 조합에다 탁월한 조연 연기를 선보여 온 김소진, 정만식, 구교환, 박경혜가 가세했다. 영화 ‘부당거래’(2010)와 ‘베를린’(2013), ‘베테랑’(2015)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비는 약 220억 원(마케팅비 등을 포함한 총제작비는 255억 원)이다. 100억 원대 돈이 들어가면 대작 수식이 붙어 온 한국 영화계에서 대작 중의 대작인 셈이다. ‘모가디슈’는 소문난 대작으로서 갖출 건 다 갖췄다. 소문만 그럴 듯한 게 아니다. 차림에 어울리게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하는 데다 너무 가볍지도, 지나치게 뜨겁지도 않은 메시지를 품고 있다. 요컨대 ‘모가디슈’는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다.

이국에서 벌어진 남북 실화

'모가디슈'는 모로코 항구도시 에사우이라에서 촬영했다. 모로코인은 소말리아인과 인종적으로 단역을 포함해 외국인 배우 모두를 모로코 이외 지역에서 캐스팅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모가디슈'는 모로코 항구도시 에사우이라에서 촬영했다. 모로코인은 소말리아인과 인종적으로 단역을 포함해 외국인 배우 모두를 모로코 이외 지역에서 캐스팅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990년 말부터 91년 초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가 배경이다. 남북한은 유엔 가입을 앞두고 이곳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북한은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에 약 20년 전부터 공들여 왔고, 한국은 후발 주자다. 한신성(김윤석) 대사와 참사관 강대진(조인성), 사무관 공수철(정만철) 등 한국 외교관들은 소말리아 정부의 마음을 사기 위해 애를 쓴다. 림용수(허준호) 대사와 태준기(구교환) 참사관 등 북한 외교관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려 방해공작을 마다하지 않는다. 냉전의 냉기가 여전히 서려 있던 시절이니 남북한 외교관은 날카롭게 대립한다.

구애 대상이었던 소말리아 독재정권이 흔들리면서 남북한 외교관들은 전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91년 새해벽두 반군이 모가디슈에 진입하며 외교관이라는 특권은 휴짓조각이 된다. 전자제품과 식량 등이 적지 않은 공관은 반군이나 시위대의 먹잇감이 된다. 서로 적대적으로 대하던 남북한 외교관들은 손을 잡고 위기에서 벗어나야 할 상황에 처한다.


서스펜스와 볼거리 무장

영화 '모가디슈'.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모가디슈'.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초반 남북한의 외교전을 소재로 스릴과 웃음을 만들어낸다. 북한 외교관은 한국 외교관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위장 강도사건을 배후조종하고, 한국 외교관은 언론 조작을 통해 반격에 나선다. 내전이 격화하면서 이야기는 본궤도에 오르고, 전개 속도가 빨라진다. 정부군과 시위대의 대치, 정부군과 반군의 시가전 등이 이어지며 긴장감의 밀도가 높아진다. 남북한 외교관을 향하는 위험의 강도가 세지면서 스릴과 서스펜스가 잦아진다.

영화는 곳곳에서 꼼꼼한 세공술을 발휘한다. 모가디슈라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인물처럼 주요 역할을 해낸다. 모가디슈와 자연 환경과 도시 풍경이 비슷한 모로코 항구도시 에사우이라에서 2019년 11월부터 석 달 넘게 머물며 촬영했다. 아랍풍 건물이 즐비한 공간에 90년대 모가디슈를 재현하기 위해 미술 작업을 별도로 했다. 포장도로를 비포장도로로 바꾸고, 정부군과 반군이 당시 사용했던 무기까지 세세히 따져 스크린에 시대의 한 자락을 복원했다.

영화의 절정은 후반 차량 추격전이다. 남북한 외교관들은 탈출을 위해 여러 자동차에 나눠 타는데, 정부군도, 반군도 피해야 한다. 쫓기는 자는 비무장인데, 쫓는 자는 중화기로 무장을 했다. 무력의 우열이 분명한 가운데 펼쳐지는 추격전이 서스펜스의 강도를 한껏 올린다. ‘액션 장인’ 류승완 감독의 솜씨가 도드라진다.

가볍지 않고, 너무 뜨겁지도 않은

영화 '모가디슈'.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모가디슈'.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가 30년 전 아프리카 국가로 관객을 데려가는 이유는 명확하다. 같은 국가 소속 사람들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장면은 동족상잔의 비극과 더불어 휴전 이후 68년 동안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를 바로 떠올리게 한다. 소말리아 내전이 외국인인 남북한 외교관에게 한 줌의 동족애와 인류애를 발휘하게 하지만, 우리가 전쟁 당사자가 된다면 과연 그럴 여유가 있을까. 등장인물들이 난리 한복판을 벗어난 이후 안도와 함께 냉엄한 현실을 깨닫는 장면은 그래서 공명이 꽤 크다. ‘모가디슈’는 ‘소말리아판 공동경비구역 JSA’ 아니냐는 우스개가 있는데,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뜨거운 감정을 품은 영화는 아니다. 차가우면서도 온기가 있고, 따스하면서도 냉기가 서렸다.

배우들은 명성대로 호연을 펼치는데, 조인성이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안기부 소속인 다혈질 외교관을 능숙하게 소화해 낸다. ‘모가디슈’는 그가 스타에서 배우로 거듭나는 전환점으로 기억될 듯하다. 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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