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출신 조선시대 자선가 조륵 모티브?
내년 '청빈마을' 착공…?
2025년 완공 목표
근검절약 경제캠프·학습공간 운영 계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충북 음성군에선 근검절약과 청빈을 주제로 한 관광지 조성이 추진돼 눈길을 끈다.
음성군은 충청 유교문화권 관광개발 사업의 하나로 생극면 방축리 일원 4만2,000㎡ 부지에 ‘자린고비 청빈마을’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사업 모티브는 자린고비의 원조로 불리는 음성 출신 조륵(1649~1714) 선생이다. 제사에 쓴 조기를 천장에 매달아놓고 반찬 삼았다는 일화의 주인공이다.
군에 따르면 자린고비 청빈마을은 국비 등 총 139억 원이 투입돼 2025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연내 토지보상 및 설계를 거쳐 내년 착공된다.
마을은 청빈 영상 체험실, 안빈낙도 정원, 청백리 문화마당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자린고비 마당은 청렴한 선비의 소비와 유교문화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생태 연못인 자인정과 둘레길인 '소확행의 길'도 조성된다. 마을이 개장되면 조륵 선생의 절약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경제교육 캠프도 운영될 계획이다.
당초 마을은 조륵 선생이 태어난 금왕읍 삼봉리 일원에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생가터 확보와 주변 개발이 어려워 생극면 쪽으로 사업지를 변경했다.
조병옥 음성군수는 “자린고비 얘기는 한낱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경제난에 처한 지금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삶의 지혜”라며 “근검과 나눔을 실천한 조륵 선생을 배우는 산교육장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자린고비 원조 조륵
조륵은 조선 최고의 구두쇠이자 자선가로 전해진다. 음성군지(誌) 등 향토 사료와 각종 기록에 따르면 선생은 식사 시간에 식구들이 천장에 매달린 조기를 어쩌다 두 번 쳐다보면 "너무 짜다. 물켤라"라고 호통쳤다거나, 쉬파리가 장독에 앉았다가 날아가자 파리 다리에 묻은 장이 아깝다며 수십 리를 쫓아갔다는 일화를 남겼다. 무더운 여름철 부채가 닳을까 봐 벽에 부채를 매달아놓고 머리를 흔들었다는 기행도 오래 회자되고 있다.
조륵의 인생관은 노년 들어 완전히 바뀐다. 근검절약한 덕에 고을 최고 갑부가 된 그는 회갑연 때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베풀고 재산을 나눠줬다고 한다. 한양 조씨 족보엔 조륵이 가뭄으로 기근에 시달리던 영호남 1만여 가구에 구휼미를 베풀었고, 이에 감화한 지역 현감들이 ‘자인고비(慈仁考碑)’라는 송덕비를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또 조정에서 선생의 자비정신을 높이 평가해 벼슬을 내렸으나 이를 사양했고, 죽거든 검소하게 장례를 지내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음성군은 조륵 선생의 정신을 기려 1998년 그의 고향인 금왕에 자린고비 유래비를 세우고 매년 근검절약과 이웃사랑을 실천한 사람을 뽑아 '자린고비 대상'을 수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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