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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교회 보존 논란

입력
2021.07.25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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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 모습.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 제공.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 모습.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 제공.

인천 공업지역 배후 노동자 거주지역이었던 동구 화수동. 이곳에 위치한 '미문의 일꾼감리교회(일꾼교회)'의 보존을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개발조합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인천시가 지난 19일 이곳에 3,183가구 31개 동의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겠다는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을 고시하면서다. 고시 이후 조합 측이 교회의 존치 불가 입장을 굳히자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릴레이 단식과 1인 시위 등으로 교회 보존의 당위성을 알리는 일에 나섰다.

□ 일꾼교회 자리는 미국 감리교 조지 오글 목사(1929~2020)가 1961년 초가집에 세운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이 있던 곳이다. 일꾼교회는 대지면적 190㎡(57평), 지하 1층 지상 2층의 미니교회지만 1970년대 활발했던 경인지역 경공업 여성노동운동 역사를 품고 있다. 1978년 2월 이곳에서 700m가량 떨어진 동일방직에서 사측을 대변하는 남성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만들려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인분을 투척하자 조합간부들이 이 교회로 피신하기도 했다. 고(故) 김근태, 인재근 부부,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 같은 노동운동의 거물들이 이 교회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 조합 측은 이 교회가 재개발지구 요지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철거 이후 표지석 설치와 이전 부지 제공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교회 측은 교회 건물에서 10여m 떨어진 곳의 향토유적(쌍우물)이 보존되는데 교회를 철거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한다. 문화유산 보존을 원하는 이들과 재개발을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 으레 벌어지는 긴 싸움의 초입에 들어선 양상이다.

□ 1987년 이후 금속ㆍ중화학공업 남성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을 좌지우지하면서 그 모태가 된 1970~1980년대 경공업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운동사는 합당한 대접을 못 받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시기 진보적 교회조직과 경공업 여성노동자들의 긴밀한 연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독특하다는 게 연구자들의 평가다(구해근 ‘한국노동계급의 형성’). 현대의 문화유산은 건물 자체의 완성도나 의장적 가치보다는 사회성ㆍ역사성을 점점 중시하고 있기도 하다. 일꾼교회 존치 여부 논의는 여기서 출발하는 게 좋겠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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