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척추가 앞·옆으로 심하게 휘면 '도수 치료'로는 교정 어려워"

입력
2021.07.26 23:40
21면
0 0

[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호중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김호중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노화와 잘못된 자세, 물리적 충격 등으로 척추가 특정 각도로 휘거나 굽는 ‘척추 변형’을 예방하려면 근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김호중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노화와 잘못된 자세, 물리적 충격 등으로 척추가 특정 각도로 휘거나 굽는 ‘척추 변형’을 예방하려면 근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우리 몸의 척추는 경추(목뼈), 흉추(등뼈), 요추(허리뼈), 천추(엉치뼈), 미추(꼬리뼈)로 구성돼 있으며 경추에서 천추까지 S자 형태 굴곡이 만들어져 있다. 이런 척추 만곡이 비정상적으로 바뀌면 ‘척추 변형’이라고 한다. 앞으로 휘어지면 척추후만증, 옆으로 휘면 척추측만증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척추 변형이 나이 들면서 허리가 점점 앞으로 꼬부라지는 퇴행성 척추후만증(요부 변성 후만증)이다. 척추후만증은 다른 척추 질환 때문에 척추 관절이 망가지거나, 심한 골다공증으로 척추 압박골절이 생기거나, 척추를 뒤에서 잡아주는 척추 주변 근육이 약화돼 발생한다.

‘척추 변형 수술 전문가’ 김호중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척추센터) 교수를 만났다. 김호중 교수는 “척추 변형은 한 번 발생하면 ‘도수 치료’로는 교정하기 어렵다”며 “막연히 자연 치유를 기대하기보다 전문의 진단을 받고 수술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척추 변형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척추 변형은 70세 이상에서 70%가 겪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고령화로 급속히 진행되면서 척추 변형도 덩달아 늘고 있다. 증상이 경미하면 보존적 치료만으로 개선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 불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높아 ‘척추 변형 교정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척추 변형이 되면 신체 균형이 무너져 많이 걸을수록 허리가 앞으로 구부러지는 ‘시상면 불균형(sagittal imbalance)’이 발생한다. 신체 불균형 때문에 계단이나 언덕을 오르기 어렵고, 증상이 악화되면 평지 보행도 지팡이 같은 보행 보조 없이는 힘들고, 짧은 거리를 갈 때에도 쉽게 피로해진다. 서 있을 때도 똑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워 설거지할 때에도 팔을 싱크대에 기대게 돼 팔꿈치에 굳은살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아 몸의 균형 상태를 평가하기 위한 X선 촬영을 하는 것이 좋다. 최근 방사선 노출량이 적은 검사법(EOS system)이 도입돼 적은 피폭량으로도 몸의 균형 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

-척추 변형 치료는 어떻게 하나.

“초기에는 소염진통제나 보조기 착용 같은 보존적 치료가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한 번 변형이 생기면 도수 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로 교정되지 않는다. 척추 변형이 심하면 수술해야 한다. 변형 양상에 따라 절골술, 척추체 유합술 및 척추경 나사못을 이용한 척추 고정술 등을 시행한다. 대부분 변형이 척추의 여러 마디에 걸쳐 발생하기에 수술 시 장 분절 고정이 필요할 때가 많다.”

-다른 척추 질환인 ‘허리 디스크’는 대부분 수술 없이 호전된다는데.

“척추 변형도 증상이 심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으면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척추 변형으로 통증이 심하고 일상생활하기 어렵다면 보존적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될 때가 많기에 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퇴행성 척추 변형 환자가 대체로 고령이기에 전신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행히 몸 상태가 좋다면 좋은 수술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장 간단하면서 직관적인 방법은 ‘악력 측정’이다. 최근 우리 연구팀에서 악력이 좋을수록 척추 변형 교정 수술 결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악력이 26㎏ 이상인 남성과 18㎏ 이상인 여성 그룹은 그 미만인 저악력 그룹보다 수술 후 척추 장애 정도가 더 낮고, 수술을 통한 통증 개선 효과도 우수했다.

따라서 근력이 떨어지는 저악력 환자를 미리 선별해 재활 치료와 영양 공급으로 신체 상태를 개선한 뒤 변형 교정 수술을 진행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연구팀에서는 단순 방사선 사진이 아닌 실제 보행 분석을 통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변형 수술 결과의 예측 인자를 찾고 있다. 최근 수술 전 보행 특징(골반 보상 실패)이 수술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아내기도 했다. 이러한 예측 인자를 발굴할 때마다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수술받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일상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허리 주변 코어 근육을 기르는 허리 강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비타민 D나 칼슘 보충제를 먹는 것도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받아 척추 정도를 점검해야 한다. 수술이 아무리 좋아도 노화에 따른 쇠약 정도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은 앞에서 말한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층에서는 척추가 옆으로 휜 척추측만증 환자가 많은데.

“성장이 끝난 어른은 척추측만증이 심하지 않으면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측만 각이 50도 이상이라면 각도가 점점 커지므로 수술해야 한다. 40도 미만 중등도 이상의 척추측만증은 당장 증상이 악화되지는 않기 때문에 대체로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런 환자가 나이가 들었을 때 퇴행성 변화로 인한 2차적인 협착증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척추측만증 환자는 당장 문제가 없더라도 병원을 찾아 허리 변형 상태를 확인하고 허리 근력 운동과 바른 자세에 신경을 써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