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첫 한미차관 전략대화
인도적 지원 등 대북 추가 유인책엔 신중
"한반도 비핵화, 중국과 협력할 수 있어"
한국을 방문 중인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유지’를 강조하며 한국의 동참을 요구했다. 직접적 언급은 피했지만 동맹을 앞세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는 우회적 압박이다. 방한 목적의 무게중심이 대북정책 협의보다 대중(對中) 공동 대응방안 마련에 쏠려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셔먼 부장관은 23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개최했다.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열린 건 지난해 7월 이후 1년 만으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엔 처음이다. 셔먼 부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미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과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동 등 역내 도전 과제를 계속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동맹에 대해선 “인도ㆍ태평양뿐 아니라 전 세계 평화ㆍ안정ㆍ번영의 핵심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공통의 안보 이해와 경제관계,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공통된 가치로 묶여있고, 무엇보다 지속되는 우정으로 묶여있다”면서 양국의 결속도 한껏 부각했다.
이는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과의 연대, 즉 동맹을 활용해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 대중 전략의 핵심이 고스란히 담긴 발언이다. 셔먼 부장관은 앞서 21일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협의에서도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이유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문제 등 중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이슈들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대화재개 조건을 놓고 평행선을 이어가는 북미관계에 관해선 진전된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 대화하자고 제안했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다. 선제적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도 “감염병 상황과 식량 부족 등을 감안할 때 북한 주민들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 답변은 하지 않았다. 당분간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추가 유인책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셔먼 부장관은 북핵 문제를 놓고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다음 순방 일정으로 몽골을 거쳐 25, 26일 중국 텐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할 예정이다. 셔먼 부장관은 전략대화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중국과는) 경쟁적인 측면, 도전적인 측면, 협력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함께 생각하는 것은 분명한 협력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또 “며칠 뒤 톈진에서 가질 대화에서 우리(미중)가 북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해 북한 이슈가 이미 회담 의제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 셔먼 부장관은 미중 간 논의 내용을 한국과 일본에도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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