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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놓치고 무관중 택한 도쿄올림픽

입력
2021.07.26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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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성화. 로이터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성화. 로이터 연합뉴스


근대 올림픽 125년 역사상 처음으로 1년이 연기되어, 유례없는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2020 도쿄올림픽’에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 내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무더위로 인한 열사병 환자도 속출하고 있으며, 올림픽 개최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심화되면서 후원 기업들마저 손절에 나서는 등 논란만 양산하는 ‘애물단지 올림픽’이 된 것이다.

특히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운영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방송 중계권료에만 의존해 준비되지 않은 무관중 개최를 강행하면서, ‘세계인의 축제’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초라한 개막식과 함께 썰렁하고 조용한 분위기다. 예년과 같은 국민적 관심과 올림픽 특수가 사라진 상황에서, 티켓 수입도 관광 수익도 거의 없는 최악의 흥행 참패가 예상되는 탓에 경제적 손실 예상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저주받은 올림픽’이라는 한탄마저 나오는 금번 올림픽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개최가 연기된 지난 1년 동안 일본 정부와 IOC가 흘리고 놓쳐버린 것들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백신 수급과 접종, 그리고 방역 대책에 좀 더 고삐를 단단히 조였더라면, 코로나 긴급사태 선언으로 인한 ‘무관중 올림픽’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언택트 시대로의 전환에 발맞춰 개·폐막식 행사는 물론 경기 현장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체험형 온라인 서비스를 준비했더라면, 힘들게 싸우는 선수들에게 시청자들의 응원이 좀 더 가까이 닿을 수 있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공간을 마련했더라면, ‘무관심 올림픽’이 될까 우려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같은 도쿄올림픽의 위기는 코로나 공존시대의 스포츠 행사에서 전 세계 ‘안방1열’ 관람객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몰입적이고 현장감 넘치는 체험서비스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반증한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포트나이트’나 ‘로블록스,’ ‘제페토’와 같은 가상의 공간에서 콘서트를 즐기고 팬미팅을 하는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앞으로 메타버스가 스포츠 마케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스포츠 경기와 행사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팬데믹 위기 극복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는 지난해 무관중 경기를 치르면서도 ‘가상현실 관중석’을 구현해 팬들의 응원과 열기로 경기장을 채웠으며, 팬들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메타버스 공간인 ‘NBA Land’를 오픈했다. 또한, 미국프로풋볼(NFL)과 포뮬러원(F1),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등도 사상 최초로 ‘버추얼 행사’를 개최하여 팬들의 갈증을 달랬다. 게다가 올 하반기에는 전 세계 4억5,000만 명의 팬을 거느린 축구클럽인 레알마드리드가 ‘레알마드리드 가상세계’를 오픈할 예정이어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스포츠 마케팅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결국 금번 도쿄올림픽의 예고된 실패와 경제적 손실은 개최지의 안전확보를 위한 치밀한 준비와 전 세계 수십억 시청자의 몰입도 제고를 위한 혁신적인 노력은 뒤로한 채, 정치적 생존을 위해 올림픽 개최를 강행한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가 야기한 최악의 인재(人災)로 봐야 할 것이다. 올림픽과 같은 이벤트에 기댄 후진적 정치행태가 국가 경제와 미래를 좀먹는 아킬레스건이 돼버린 일본의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전승화 데이터분석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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