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파리 협약 목표 달성 못해" 지적
탈원전 논란엔 "주사위 던져졌다" 선 그어
“독일의 탄소배출량 감축 조치는 충분하지 않았다.”
오는 9월 26일 연방선거를 끝으로 16년간 지켜 왔던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앙겔라 메르켈(67) 독일 총리의 소회다. 그는 22일(현지시간)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퇴임 전 마지막 하계 기자회견에서 “그간 재생에너지 비중을 10%에서 40%로 늘리고 탄소배출량을 낮추는 등 많은 일을 했다”고 자찬하면서도, 여전히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2005년 취임한 메르켈 총리는 그간 기후변화 억제에 앞장서 왔다. 16년의 재임 기간 중 첫 번째 임기 때인 2007년에는 주요 7개국(G7) 의장국 역할을 하며 “기후변화가 글로벌 위협이 되고 있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등 세계 경제와 직접 관련성이 없다며 오랜 기간 간과돼 온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고려하면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게 메르켈 총리의 판단이다. 이 협약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의 평균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내년까지 독일 내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는 “나는 여전히 원자력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산 형태가 아니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직후인 2011년 5월 노후 원자로 8기의 가동을 즉시 중단토록 했다. 동시에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기한다는 내용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발표했다. AP 통신은 “(탈원전은) 메르켈 총리 재임의 결정적 순간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전 중단 조치 선언 이후 지난 10년간 독일 내에서는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 석탄 발전은 이 나라 발전량의 40%를 차지한다. 특히 독일이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원전까지 중단하면서 이중 부담을 지게 됐다는 원성도 이어졌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독일엔 주사위가 던져졌다”며 “미래 정부는 (원전과 관련해)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메르켈 총리의 환경 관련 발언은 서유럽을 덮친 홍수로 기후변화가 총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 내린 폭우로 현재까지 독일 내에서만 최소 173명이 숨졌고 155명이 실종 상태다. 기상학자들의 사전 경고에도 정부가 재난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메르켈 총리가 속한 여당에는 악재로, 최대 경쟁자인 녹색당에는 호재로 각각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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