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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권대희 유족 "야만적 수술방식에 경종 울려 달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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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권대희 유족 "야만적 수술방식에 경종 울려 달라" 호소

입력
2021.07.22 16:10
수정
2021.07.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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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중 출혈에도 적절 조치 없이 방치
檢 “컨베이어 벨트 제품마냥 비인간적 수술”
병원장에 징역 7년6월 구형...8월19일 선고
원장 "유족께 다시 한번 사과한다. 죄송하다"

의료사고 피해자인 고(故) 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씨가 지난해 2월 서울 강서구 자택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의료사고 피해자인 고(故) 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씨가 지난해 2월 서울 강서구 자택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 판결로 먼저 떠난 제 동생이 돌아오진 못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판결로 전국의 성형외과 의사들이 ‘의사면허가 방탄이 아니구나’ 생각해야지 세상이 좀 더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야만적이고 엽기적인 수술 방식에 경종을 울려주시길 판사님께 간청드립니다.

의료사고 피해자인 고(故) 권대희씨의 친형 권태훈씨의 말

성형수술을 받다가 과다출혈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씨의 친형은 22일 사고를 일으킨 의료진의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병원에서 ‘공장식 유령수술’을 하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누구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는 간절한 호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훈 부장판사는 이날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원장 A씨 등 의료진 4명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A씨 등은 수술 도중 의료진으로서의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필요한 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아 권대희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2019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25세 취업 준비생이던 권씨는 2016년 9월 A 원장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사각턱 절개 수술을 받다가,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었다. 뇌사 상태에 빠진 그는 49일 뒤 숨을 거뒀다. 어머니가 확보한 수술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선, A 원장이 여러 명을 동시에 수술하다가 수술실을 나가고 지혈이 제대로 안 된 상태의 권씨를 간호조무사 홀로 지혈하는 모습이 담겼다.

고 권대희씨의 성형수술 직후 간호조무사가 홀로 지혈조치하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장면. 권씨의 피로 시트(오른쪽 원)가 검붉게 물들었고, 경고 장치(왼쪽 원)에 불이 깜박이고 있다. 유족 이나금씨 제공

고 권대희씨의 성형수술 직후 간호조무사가 홀로 지혈조치하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장면. 권씨의 피로 시트(오른쪽 원)가 검붉게 물들었고, 경고 장치(왼쪽 원)에 불이 깜박이고 있다. 유족 이나금씨 제공

권씨의 친형인 태훈씨는 이날 법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그간 성형수술과 관련한 잘못된 관행이 누적·반복돼 왔는데도 동생의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 건 앞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법이 허락하는 최고의 형으로 다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는 “어머니는 생업을 잃고 60세가 넘은 나이에 자식이 죽어가는 CCTV를 보며 소송 자료를 만들어야 했다”고도 말했다.

검찰은 집도의인 원장 A씨에게 징역 7년 6월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마취의 B씨, 지혈을 담당한 의사 C씨에게는 각각 징역 6년과 4년을, 홀로 지혈을 했던 간호조무사 D씨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A씨는 마치 컨베이어 벨트에서 조립되는 제품처럼 피해자를 수술했다”며 “효율성이 추구되고 인간다움의 가치가 상실된 수술에 의해 권대희씨가 사망하는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영리를 추구히는 ‘공장식 수술 구조’는 사회적 충격을 줬고, 의료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런 비극적 사건이 더는 반복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라며 “이 자리를 빌려 환자의 아버지, 어머니, 형에게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사죄드린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B씨 등 다른 의료진도 “젊은 환자분이 사망한 데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며 사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의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9일 열린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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