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추방 서류 조작한 직원에 정직 권고
경찰도 외국인 범죄자 출국정지 요청 방치
“한번만 봐주세요, 네?”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청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 2월 사무실로 찾아 온 재중동포 B씨의 요청에 난감해졌다.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즉시 추방에 더해 5년간 입국이 금지된 B씨가 수차례 찾아와 “한국에 머물게 해달라”고 읍소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말았다.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ICRM)에서 B씨에 대한 출국명령ㆍ입국금지 결정을 삭제하고, 대신 ‘엄중경고’에 그친 심사결정서를 결재받은 것이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석방된 외국인은 국외 강제퇴거 및 입국규제 대상이 된다. 특히 성폭력 사범은 출국이 원칙이다. 만 17세 미만이나 65세 이상, 한국민 배우자 및 직계가족가 있는 경우 등 예외 조항이 있으나 당시 24세로 미혼이었던 B씨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다. 하지만 법무부의 부적절한 업무처리로 B씨는 법망을 피해 국내에 계속 체류할 수 있었다.
감사원은 22일 공개한 ‘외국인 출입국 등 관리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이런 위법 사실을 지적하고 A씨를 정직 처분하도록 법무부에 권고했다.
외국인 범죄자의 출입국 업무처리가 미흡한 것은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출입국관리법에는 3년 이상 징역을 받은 외국인 범죄자는 수사기관이 출국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경찰청은 자체 훈령에 관련 규정을 마련하지 않아 각 관할서의 자율 판단에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지명수배 외국인 2,931명 중 2,686명(91.6%)에 대해 출국정지 요청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가운데 480명은 이미 해외로 출국해 수사와 재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또 지명수배 외국인이 다시 한국에 들어올 경우 법무부 쪽에 관련 통보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하지 않아 176명(1월 기준)은 재입국하더라도 신병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명수배 중인 외국인은 출국한 뒤 재입국을 안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며 “규정이 있는데도 다른 처분을 내리면 제재 효과가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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