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트 스트림2’ 완공 막던 美, 방해 포기
자국 이익 감소·對러 유럽 결속 약화 우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할 수 있다며 독일·러시아 간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인 ‘노르트 스트림-2’에 줄곧 반대하던 미국이 전향했다. 더는 완공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장 러시아와 앙숙 관계인 동유럽 국가 우크라이나와 폴란드가 반발하고 나섰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은 21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노르트 스트림-2 완공에 양국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은 가스관 차단 시도를 중단하고 더 이상 사업 관련 기업에 제재를 가하지도 않기로 했다. 대신 독일은 러시아가 가스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두 나라는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의 대체 에너지 개발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이런 합의 방침은 15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정해졌고, 이후 양국이 세부 협상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트 스트림-2는 발트해를 통해 독일과 러시아 사이의 해저 천연가스관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2015년 시작됐다. 노르트 스트림-1을 통해 이미 양국 간에 설치된 가스관이 있긴 하지만, 하나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사업이 끝난 뒤에는 천연가스 수송 용량이 배로 늘어난다. 탈원전과 탈석탄화를 추진 중인 독일 입장에서는 에너지원이 안정적으로 조달돼야 하고, 러시아로선 당연히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
그러나 가스관이 추가되면 러시아가 에너지 우위를 토대로 가스관을 무기화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미국의 우려였다. 이에 2019년 건설을 맡은 스위스 기업 등에 제재를 부과했고, 1년여간 사업 진행이 중단됐다. 이후 러시아가 자력으로 가스관을 건설하겠다고 나서며 현재 95% 이상 완성된 상황이다.
이제는 막기 힘들다는 미국의 현실적 고려가 못마땅한 나라는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다. 해저 가스관이 하나 더 생기면 당연히 우크라이나를 지나가는 가스관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우크라이나가 챙기는 통과 수수료도 감소할 게 뻔하다. 더욱이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병합한 데다 동부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적대적이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사이가 나쁜 폴란드는 서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지면 유럽의 대(對)러시아 전선이 흐트러질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두 나라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미국·독일의 결정이 우크라이나와 중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새로운 정치, 군사, 에너지 위협을 만들 것”이라며 “미국과 독일이 유일한 수혜국인 러시아로부터 우리 지역이 받는 안보 위협에 적절히 대응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폴란드 외무부는 트위터를 통해 노르트 스트림-2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연합(EU)에 위협을 주는 정치적 프로젝트”라며 별도로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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