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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

입력
2021.07.22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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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이지선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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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말에 첫 칼럼을 시작했다. 마치 대국민 담화 발표라도 쓰는 것처럼 큰 부담감을 안고 쓰기 시작했고, 그래서 마감 날짜는 엄청난 스트레스였고, ‘이렇게 몇 회나 쓸 수 있겠어’ 하는 걱정을 했는데 어느새 익숙해지고, 일년을 훌쩍 넘겨 23회째를 맞았고, 이렇게 마지막 회차 칼럼을 쓰게 되었다.

나는 대학교 4학년 때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밥을 먹는 것도 화장실에 가는 것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을 지나며,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사를 느꼈었다.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인 정도가 아니라 공존하지 않았다면 생존조차 불가능한 시기를 지나며, 나는 그 무엇보다 ‘함께 살아감’이 얼마나 필수적인지 체득하게 되었다. 그 시절 제일 고마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문제에 골똘하지 않고 때때로 시선을 돌려 내 상황을 돌아봐주는 사람이었다. 나의 슬픔과 곤란함을 모른 척하지 않고, 감정이입을 하여 나의 어려움을 함께 느끼며 내가 혼자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함께하는 시간이 평생 동안 지속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함께함’은 한 시간이든 한 달이든 그저 고마운 일이었다. 나는 그분들이 있었기에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고 생존을 넘어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때로 나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 혹은 전혀 상관없었던 사람의 실수나 잘못된 선택으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일들을 겪기도 한다. 심지어 꽤 많은 일들이 원인을 알 수 없기도 하고, 누군가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22회차의 칼럼을 쓰면서 그동안 나와 우리 사회가 주목하지 않았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소리를 내어도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았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했다. 그냥 000씨가 아니라 장애인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 붙는 사람들, 장애를 가진 아이들, 늘 어쩔 수 없이 유별난 부모가 되어 절실한 헌신을 해야만 하는 장애아이를 둔 부모들, 보통의 삶을 꿈꾸며 일하고 싶어하는 장애인, 시각장애인과 그의 소중한 친구 맹인 안내견,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경계선의 지능을 가진 느린 학습자, 고요한 세상과 음성언어의 세상의 사이를 넘나들며 사는 코다(농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 CODA·Child of Deaf Adults), 손과 표정의 언어를 사용하며 독특한 농문화를 향유하는 농인의 이야기까지.

가끔 칼럼을 읽고 있다고 알은체해주는 분들이 정말 반가웠다. 한번도 상상이나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했다는 선배 교수님도, 다음에는 이런 얘기도 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해주신 분도 고마웠고,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칼럼을 보고 그동안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에게 수여했던 상의 명칭이나 취지를 바꾸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는 어느 시의 공무원의 메일도 무척 반가웠다. 칼럼에 인용했던 이야기의 주인공이 연락을 해오시기도 하고 관련 기관에서 새로운 일을 제안해주시기도 했다. 또 "한국 사회가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그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주어서 감사합니다"라는 어느 독자 분의 메일은 황송하리만치 감사했다. (칼럼을 끝내며 자화자찬 중이다.)

우리와 그들이라고 구분하는 편견과 장벽을 허무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공존의 지혜’를 읽어주신 분들이 잠시나마 자신의 문제에서 시선을 옮겨 누군가의 마음과 ‘함께함’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조금 확장시킬 수 있었기를, 그래서 또 누군가는 그로 인한 공감으로 일상에서 감사한 일들이 생겼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에 더 이상 그들이라고 하지 않고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조금 더 많아졌기를 바라며 칼럼을 마친다.

이지선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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