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이 추진되던 중 알려진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부적절 발언에 대해 일본 아사히신문이 일본 정부의 책임을 거론했다. 외교관으로서 상상하기 어려운 발언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일본 정치권이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22일자 아사히신문은 ‘한일 회담 무산, 대화 흐름을 강화해 타개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사설은 “세계적인 행사에 이웃나라 정상이 와서 우호의 뜻을 다지는 최소한의 선린 외교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지금 양국의 현실”이라고 한탄하면서 “두 정상은 하루빨리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문은 문 대통령이 올해 대일 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며, 지난 6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한일 정상회담에 의욕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타개에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행동”이라면서 “최대 장벽인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국 사법부의 판단에 행정부로서 대처하는 정치적 판단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계 개선을 말하면서도 정작 양국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스가 총리에 대해서도 “한국과의 관계뿐 아니라 한반도 정책 전반에 의욕이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한국과의 사이에 문제가 있더라도 주변 국제환경을 파악하고 외교 정책을 강구하기 위해 회담의 기회를 살리는 것은 총리로서 당연한 책무이지만, 그런 문제의식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소마 공사의 부적절 발언과 관련, “외교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언행은 비난받아야 할 일이지만, 그런 관료들의 분위기를 총리를 비롯한 정치 쪽에서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외교관으로서는 절대 삼가야 하는 무례한 언행이 유독 한국에 대해서는 용인되는 것이 현재 일본 정부의 분위기라는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일본 정부가 배상하라는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된 후로, 올해 내내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해 차갑게 대하는 모습을 마치 외부에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행동했다. 1월 부임한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장관과의 면담이 계속 이루어지지 않자, 지난 3월 정부 관계자가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사실상의 대항 조치”라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모테기 장관은 2월 임명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도 전화 통화조차 하지 않다가 지난 5월 초 주요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담에 가서야 처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당시에도 일본 정부는 양자 회담을 꺼렸지만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회담을 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물의를 일으킨 소마 공사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지 않다. 앞서 교도통신 등은 일본 정부가 소마 공사를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징계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정례 인사 때 일본 외무성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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