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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청년의 유언장 "어려운 이웃 돕겠다는 꿈 대신 이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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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청년의 유언장 "어려운 이웃 돕겠다는 꿈 대신 이뤄줘"

입력
2021.07.22 14:50
수정
2021.07.22 15:5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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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이형성이상증후군 칠곡 유준범씨
암세포 전이로 치료 중단... 임종 앞둬
봉사활동 이어달라는 유언장 알려지며
그의 이름 딴 봉사단 모임 만들기 운동

백혈병으로 임종을 앞 유준범씨. 칠곡군 제공

백혈병으로 임종을 앞 유준범씨. 칠곡군 제공


“친구들아 부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내 꿈을 대신 이루어 주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 되고 나는 밤하늘 빛이 되어 세상을 밝히자”

경북 칠곡군 왜관읍 유준범씨

"친구들아, 부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내 꿈을 대신 이루어 주라."

백혈병으로 임종을 앞둔 한 20대 청년의 유언장이 알려지면서 심금을 울리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살고 있는 유준범(20)씨. 그의 뜻을 잇는 봉사단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고향에서 일고 있다.

22일 경북 칠곡군에 따르면 유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독거노인과 취약계층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봉사 활동들을 펼쳐왔다. 이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는 순심중 전교회장과 순심고 전교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과 사교성도 뛰어났다.

하지만 그는 2017년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는다. 계속되는 빈혈 증상으로 대학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그에게 초기 백혈병인 골수이형성이상증후군 진단이 내려진 것이다. 이 증후군은 건강한 혈액세포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는 골수 질환으로 주로 고령층에게 나타나지만, 드물게 젊은 사람에게도 발생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유씨는 계속되는 항암치료와 친누나의 골수도 이식 받은 터라 완치 희망도 가졌다. 하지만 2019년 증상이 재발했고, 다른 부위로까지 암세포가 전이돼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았지만 마지막 남은 시간까지 이웃에 봉사하겠다는 목표는 그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그는 서울의 한 병원 입원 중 소아암 병동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그림 그리기 봉사활동을 했고, 매달 일정액을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백혈병 환우들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가족들도 집안 형편이 좋지는 않지만, 유씨의 마지막 꿈을 돕기 위해 살고 있던 아파트까지 처분하고 작은 집으로 옮겼다. 아버지는 낮에는 막노동, 밤에는 식당일로 치료비를 마련했고, 누나 역시 다니던 대학까지 그만두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가족들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유씨의 병은 깊어졌다. 지난 1월부터는 항암치료마저 중단했다. 수면제와 마약성 진통제로 고통을 줄이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가 됐다.

백혈병으로 임종을 앞둔 유준범씨가 친구들에게 남긴 유언장. 칠곡군 제공

백혈병으로 임종을 앞둔 유준범씨가 친구들에게 남긴 유언장. 칠곡군 제공

유씨는 누나에게 유언을 남겼다. 눈물로 유언을 받아쓴 누나에게, 그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유언장을 통해 "너는 세상의 빛이 되고, 나는 밤하늘 빛이 돼 세상을 밝히자. 우리 빛이 돼 다시 만나자"며 자신이 못다한 꿈을 대신 이뤄달라고 당부했다.

유씨가 태어나고 자랐던 칠곡에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이름을 딴 봉사단 모집을 알리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고 있다. 어머니 윤경미씨는 "아들은 죽어서라도 세상의 빛이 되고 싶은 마음에 별이 되고 싶어했다"며 "아들을 기억하고 응원해주는 많은 분들로 인해 마지막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소중한 청년의 간절한 바람이 지역사회에 나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칠곡군에서도 그의 꿈과 뜻을 이어받겠다"고 말했다.


칠곡=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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