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이미지 쇄신? SK이노베이션의 ESG엔 진심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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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이미지 쇄신? SK이노베이션의 ESG엔 진심이 담겼다

입력
2021.07.25 15:00
수정
2021.07.2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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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클린리더스]
친환경 위해 정유 잠식 불구 배터리 선택
"오일 메이저 중 SK이노만큼 변화 이룬 곳 없어"
스토리데이서 '그린 전환' 선언한 뒤
구체적 이행 계획 담은 '넷제로 보고서' 발간
김준 총괄사장 "강력한 실천 의지 분명히 한 것"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김종훈 이사회 의장이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governance)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5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SK(주)는 전기차용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상용화에 착수, 이듬해부터 배터리를 만들었다. 내연기관차의 연료인 석유 제품을 생산해 온 회사가 내연기관차 시장을 갉아먹을 전기차의 핵심 부품을 만든다는 건, 내부구성원들에게조차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사내 곳곳에서 "정유사가 배터리 사업이라니요?"란 질문이 나온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개인이 직업을 바꾸는 것도 용단이 필요한 일이다. 하물며 기업에서 단순한 체질 전환이 아닌 주력 사업 자체를 전환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사업의 시장을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을 감수한 업(業)의 전환에 나선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SK이노베이션의 파격적인 도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에 도전하기 1년 전인 2004년, SK그룹의 경영철학으로 '행복 추구'를 앞세웠다. 기업은 단순한 이윤을 좇기보다 사회, 주주, 구성원,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SK그룹의 환경(E)·사회(S)·지배구조(G) 경영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SK이노베이션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탄소에서 그린'으로 변신을 선언하는 씨앗이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 열린 '스토리 데이'를 통해 5년간 30조 원을 투자해 그린 자산 비중을 7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 중심엔 배터리가 있다. 김준 총괄사장이 취임한 2017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불과 1.7기가와트시(GWh)에 불과했다. 4년이 지난 2021년, 생산능력은 약 24배가 늘어난 40GWh, 2030년엔 500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했다. 김 사장은 이날 "사업 포트폴리오와 자산구조가 바뀌면, 회사의 정체성도 바뀐다"고 언급했다. 배터리 수주 잔고 역시 1테라와트시(TWh) 이상을 확보, 글로벌 톱3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2006년 처음으로 배터리를 만들기 시작한 지 15년 만에 국내 최대 정유사는 세계적인 배터리 회사로 옷을 갈아입은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구성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넷제로 특별 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의 ESG 경영 의지는 20일 발표된 '넷제로 보고서'에서도 드러났다. 스토리데이에서 2050년 이전에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이사회 차원에서 발빠르게 구체적인 실행 방안까지 공개한 것이다. 넷제로란 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으로 '탄소중립'이라고 불린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지난 6월 ESG 경영에서 이사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번 넷제로 보고서는 ESG위원회 구성 이후 처음 나온 ESG 경영 실천 약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정관 ESG위원회 위원장은 "탄소 감축 성과를 최고경영자(CEO) 평가와 보상에 연계한 만큼 이사회 중심으로 이행 과정을 지속 점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넷제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은 2019년을 기준으로 제품 생산과정(Scope 1)과 공정 가동에 필요한 전기 등을 만드는 과정(Scope 2)에서 발생하던 탄소 1,243만 톤을 2030년까지 50%, 2050년 이전 100% 넷제로를 달성할 계획이다. 또 전반적인 사업 가치사슬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Scope 3) 배출량도 공개하고 감축 목표를 밝혔다. Scope 3에 해당된 온실가스는 지난해 약 1억3,400만 톤으로 2030년까지 약 45%, 2050년까지 75%를 줄이기로 했다. 이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Scope 1, 2, 3 전 영역에 걸쳐 감축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석유·화학 사업에는 2030년까지 1조5,000억 원을 투자한다. △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연료 전환(250만 톤) △100%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 사용 (180만 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SS) 기술(150만 톤) △친환경 제품 개발(50만 톤) 등으로 총 630만 톤의 탄소 배출을 감축할 방침이다. 특히 배터리 및 소재사업은 2050년 이전이 아닌, 2035년까지로 넷제로 달성 목표를 당겨 잡았다.

Scope 3와 관련해선 △2027년 기준 회사가 생산한 폐플라스틱 100% 재활용 △전국 3,000개 이상의 주유소·충전소에 태양광·연료전지 분산 발전으로 4.9GW 전기 생산·공급 △저탄소 제품 중심 생산량 확대 등 석유화학 제품 포트폴리오 혁신 △2030년까지 200만 톤에 달하는 탄소포집 기술 역량 확보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구체적인 탄소 감축 방안과 달성 시점을 밝힌 넷제로 보고서에 대해 글로벌 투자기관들도 환영의 뜻을 전했다. 네덜란드계 최대 연금 운용사인 APG의 박유경 아태지역 책임투자 총괄이사는 "SK이노베이션의 공식적인 넷제로 선언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이는 이사회, 경영진,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만들어낸 노력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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